흥망성쇠의 갈림길에 선 울산
양질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길 찾아야

▲ 김선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사이트개발연구원 원장

지난해 10월이었다. 서울에서 만난 어떤 분이 어디 사느냐고 물어서 울산에 산다라고 대답했더니 “홍수에, 지진에, 경제도 나쁘다는데…살기가 괜찮은가요?”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미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에 의거 귀국, 울산에서 30년간 교육과 연구에 열정을 바쳤다. 울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 이 도시가 이런 살기 나쁜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을 살기 좋은 도시, 나아가서 행복한 도시로 만들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울산을 행복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 즉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행복해지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물질 면에서 풍요로워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물질 편향주의에 빠져 있다. 물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물질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물질수준을 지나서는 정신문화가 사람의 행복을 좌우한다. 사실 사람의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기 때문에 우리의 태도와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생각의 변화는 교육을 통해서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한번만 오후를 같이 보낼 수 있다면 그가 가진 모든 기술을 다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티브 잡스는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알고자 하였던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그는 이것을 인문학과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의 최고봉인 소크라테스와 만나서 그에게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배우고 싶어 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에게만 이러한 인문학적 또는 철학적 통찰력이 필요한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시청, 구청, 구청 산하의 교육원, 기타 여러 단체들이 시민을 상대로 산발적인 강연을 하고 있지만 강사들을 보면 대개 TV에 나오는 인사들을 초청하는 등 흥미위주의 강연을 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흥미위주의 강연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지속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있으며 시민들도 재미위주보다는 진정한 배움의 욕구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이루어져야 한다.

자녀들의 교육을 한번 생각해보자. 인성도 실력인데 현재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부모들을 교육해서 부모의 의식 수준이 바뀔 때 자녀들이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자녀들의 규율이 절대로 필요한 때이다. 예절과 감사는 학교에서 배우기 힘들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는 것과 같이 자녀들이 규율을 배워야 하고 제대로 된 예절과 감사를 가정의 밥상머리에서 배울 수 있을 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에게 토론, 나눔, 감사를 가르쳐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최순실 게이트도 생긴 것이다. 모 대학 교수가 “세상은 돈, 권력, 섹스에 의해 돌아간다”고 교실에서 얘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세상에는 돈, 권력, 섹스보다도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 우리는 그것을 배워야 한다.

울산은 지금까지 성장 일변도의 호황을 누려 왔으나 이제는 변곡점에 다달았다. 여기에서 잘하지 않으면 우리는 쇠락할 수밖에 없다. 울산 뿐 아니라 대한민국도 아주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지금은 너무나 중요한 때이다. 성숙한 국민 의식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국민들이 무엇이 중요한지 분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찾아갈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양질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김선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사이트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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