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센터 100주년에 그려본 울산
세계적 ICT융합도시 허브로 도약
노사평화 정착·도시 품격도 향상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오늘은 2062년 2월3일(가상), 울산공업센터 지정 100주년 기념일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도시가 울산이며, 그 시발점이 1962년 2월3일 공업센터 기공이다. 이후 울산은 석유화학과 자동차·조선 산업을 주축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견인해 왔다. 시는 1월27일(공업센터 지정)부터 오늘까지를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가졌으며, 특히 오늘은 50년 전 매설한 타임캡슐을 개봉한다. 당시 시는 공업센터 지정 50주년사업의 일환으로 시청광장에 680점의 수장품이 든 타임캡슐을 매장했는데, 수장품에는 경제와 문화·환경은 물론 교육, 복지, 건설 등 전 분야가 포함돼 있다. 특히 당시 시민이 현재의 시민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 135통도 있어 퍽이나 흥미롭고 궁금하기도 하다. 시는 또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광역시의 비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타임캡슐도 매설할 계획이다.

어느 도시나 50년 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특히 울산은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냈다. 세 가지만 예를 들면 우선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그 당시 울산은 산업구조상 여러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후 울산시는 세계적인 메가트랜드로 부상한 ‘제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3D프린팅 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등과 연계한 지역산업의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 대학 및 연구기관 등과 함께 추진한 결과 이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ICT융합 도시의 허브로 발전했다. 또 그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휴머노믹스(human+economics·인간중심의 경제학)와 그리노믹스(green+economics·친환경 경제학)가 녹아 있다. 결국 경제발전도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고, 친환경 정책이 지속 성장을 위한 최선의 길이란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노사평화가 정착되었다. 2012년 주한EU상의 회장 고별 기자회견시 유럽자본 유치의 선결과제를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노사평화’라고 할 정도로 문제가 컸고,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1~11월) 근로손실일수(일하지 않은 날)가 190만9788일이며, 이 중 울산의 H사가 51만3605일(12.7일기준)이었으니 울산 노사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1950~60년대 심각한 갈등을 겪었으나 노사평화의 모범사업장으로 발전하게 된데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특히 2000년대 초 5년간 임금을 동결했으며, 그 중 2003년은 노조가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면서 그 자금을 기술개발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한 감동적인 일화도 있다. 이렇게 해서 도요타는 세계 수위의 자동차회사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울산에서도 그 후 회사는 종업원을 정말 가족과 같이 생각, 복지수준을 개선했으며 노조는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인식과 회사가 발전해야 근로자도 있다는 판단하에 분규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세 번째는, 도시의 품격이 크게 높아졌다. 당시 울산은 총생산액과 수출액 등 경제지표는 국내 타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으나 도시의 이미지나 시민 의식은 자랑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내 어디를 가든지 쓰레기와 불법주차 차량을 볼 수 없고 아름다운 건물 등 어느 선진국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다. 특히 성숙된 부문은 시민의식이다. 시민들의 표정이 밝고 서로 먼저 인사하고 법규를 지키면서 남을 배려하고 서로 양보할 줄 아는 선진시민이 된 것이다.

당시 세계적인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그의 저서 <메가 트랜드 2045>에서 “미래는 우연으로 포장된 필연적 결과물이다”고 했다. 울산이 이렇게 눈부신 발전을 하게된 것도 결국 과거 세대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땀의 결과일 것이다.

공업센터 지정 100주년을 맞는 50년 후 세대들에게 ‘행복한 도시 울산’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겠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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