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비보 합산 점유율 23.2%로 경쟁사 압도…SA 보고서
“삼성전자, 단기간에 1위 탈환 어려울 듯”

▲ 오포 스마트폰 F1s [오포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삼성전자가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 1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온 중국 제조사 오포가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9.4%로, 5위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2005년 4분기 10.9%에 비해 1.5% 포인트 뒷걸음질 쳤다.

SA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아시아·태평양, 북미, 남미, 중동·아프리카, 중앙·동유럽, 서유럽 등 6개 지역으로 구분해 보고서를 낸다. 이 중 아시아·태평양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전부 아우르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상징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3분기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빅3 제조사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중국 시장에서 금색 갤럭시C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에 공들인 덕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 과정에서 표출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만, 오포·비보의 인도 시장 집중 공략 등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 들어 시장 지배력을 잃고 말았다.

삼성전자가 주춤한 동안 오포는 시장 점유율 12.3%로, 처음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015년 4분기 6.7%에서 불과 1년 만에 2배 가까이 점유율을 높인 전례 없는 고성장이다.

오포는 베스트셀러 안드로이드폰 R9와 R9s로 중국 시장을 휩쓸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포의 R9이 작년 한 해 중국에서 1천700만대나 판매돼 1천200만대에 그친 애플 아이폰6s를 제쳤다고 최근 발표했다.

오포는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성가를 높였다.

아시아·태평양 시장 점유율 순위는 오포에 이어 애플이 12.2%로 2위, 화웨이가 11.1%로 3위, 비보가 10.9%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샤오미는 6.3%로 6위, ZTE는 3.3%로 7위였다.

특히 오포와 비보는 브랜드는 다르지만 모두 BBK전자의 자회사로,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23.2%에 달해 경쟁사를 압도했다. 아이폰7을 출시한 애플이 그나마 중국 제조사의 약진 속에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중국 제조사 사이에 끼여 고전하는 형국이다.

앞서 SA는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5년 만에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점유율 1위를 애플에 내줬으며, 화웨이, 오포, 비보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고 지난 1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패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분기 초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출시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반등 기회가 없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깊이 사과했으나 현지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한 편이다.

만일,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서 중국 ATL사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경우 중국 내 여론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오포의 성장 곡선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가파르다”며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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