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핵심인 당정치국 상무위원 수를 현행 7명에서 5명으로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시 주석이 입지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대한 저항도 거셀 것으로 예상돼 향후 권력 투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 이후 가장 강한 권력을 확보한 시 주석이 덩샤오핑(鄧小平)이 확립한 집단지도체제의 당 규정과 절차를 바꿀 수 있다면서, 이로인해 시 주석의 권력승계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때보다 더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쩌민 이래 중국 최고지도자는 ‘10년 임기’가 암묵적으로 정해진 가운데, 2012년말 제18차 당대회에서 임명된 시 주석이 올해 말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5년 반환점을 돌게 되며, 이 때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가에서는 19차 당 대회에서 치열한 권력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런던대 SOAS 중국연구원 스티브 창 소장은 “현재까지 감지된 징후로 볼 때 시 주석은 덩샤오핑이 수립한 규범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에 따라 권력승계 정치가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살벌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뺀 5명의 상무위원들이 은퇴연령 제한에 따라 19차 당대회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 현행 중국 권력구조로 볼 때 측근을 차기 상무위원으로 선임하기 어려운 처지인 시 주석이 아예 집단지도체제의 구성원인 상무위원 수를 지금보다 2명 줄여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SCMP는 전했다.

시 주석은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라는 기존 관례를 변경해 올해로 69세가 되는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 겸 상무위원 등 2명을 유임시키고, 나머지 2명만 선임해 집단지도체제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7상8하’ 관례가 깨지면 시 주석 자신이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그걸 명분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어 일거양득의 묘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의 행보는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고나서 스스로 제도화된 권력승계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국가지도자의 종신 집권을 막기 위해 만든 ‘10년 임기’와 ‘7상8하’ 원칙을 크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덩샤오핑은 장쩌민 전 주석을 후계자로 지명한 데 이어 후진타오 전 주석도 육성해 평화로운 권력승계의 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역사학자들은 공산당 권력승계 시기를 1921년 당 설립부터 마오쩌둥이 권력을 장악한 1935년 쭌이(遵義)까지를 1기, 1935년부터 문화대혁명의 발발시점인 1966년까지를 2기, 1966년 1976년까지 문화대혁명 시기를 3기,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시기를 4기로 구분하고 있다.

1기는 마오쩌둥이 천두슈(陳獨秀) 초대 당 서기를 숙청하고 ‘28인의 볼세비키’로 불리는 친소련파를 제거하고 정치적으로 부상한 시기이다.

이 시기의 권력 투쟁은 마오쩌둥이 1935년 대장정 시기 구이저우(貴州)성 쭌이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산당의 홍군 지도자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종료됐다.

2기는 공산당이 마오쩌둥의 지배하에 있었던 시기여서 권력구조는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3기는 마오쩌둥이 후계자 격인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 등을 겨냥한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대동란의 시기였다.

마오쩌둥은 왕훙원(王洪文), 화궈펑(華國鋒) 등을 후계자로 지명했으나 결국 덩샤오핑이 권력을 차지하고 마오쩌둥이 사망함으로써 끝났다.

마오쩌둥 사후 4기는 덩샤오핑 주도로 1인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의 틀이 만들어지고 유지돼 왔던 시기이다.

그러나 덩샤오핑도 후야오방(胡耀邦)과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를 후계자로 선정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을 겪으면서 정치적인 혼란을 겪고 대안으로 장쩌민을 선택했다.

1989년부터 실질적인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장쩌민은 2012년까지 13년간 국가주석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장쩌민은 2002년 후진타오로의 권력승계를 하고도 수년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서 내려오지 않고 ‘군권’을 행사했고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7명을 측근으로 채우는 권력 집착을 지속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시 주석의 1인체제 구축 드라이브와 관련해서도 90세의 ‘상왕’인 장쩌민 전 주석이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후진타오 전 주석도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을 배경으로 시 주석을 견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주장난(朱江南) 홍콩대 정치·공공행정학 전문가는 “시 주석에게 부여된 핵심(核心·core) 지위가 권력승계 기간 시 주석 결정의 권위를 높이고 잠재적 반대파를 억제할 것”이라면서도 “현 지도부가 과거 권력승계에 수반된 정치 격변이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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