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동영상 방영 전 ‘슈퍼볼 광고’ 배치…유튜브·광고사 ‘곤혹’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단체들이 미국 프로풋볼(NFL)의 ‘슈퍼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유튜브에서 30초당 500만 달러(58억 원)를 웃도는 슈퍼볼 광고들이 IS가 제작해 올린 테러 관련 동영상 앞에 배치되면서 조회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S의 ‘전사(戰士) 참여 독려’ 동영상 앞에는 이번 제51회 슈퍼볼에서 화제를 모았던 현대자동차 광고가 배치됐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현대차 광고에는 폴란드 파병 미군 장병들이 막사 내부에 마련된 원형 스크린에 앞에 앉아 가상현실(VR)을 통해 올해 슈퍼볼이 열리는 미국 휴스턴 NRG스타디움 전경을 체험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광고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이슬람 음악인 ‘나시드’(Nasheed)가 흘러나오면서 IS의 각종 테러 관련 동영상과 함께 ‘전사 구인’ 메시지가 나온다.

짐 트레이너 현대차 대변인은 “회사 광고가 그런 식으로 활용되다니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튜브 측에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광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튜브 광고를 전개했다”면서 “하지만 유튜브의 필터링 기능에 문제가 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의 속성을 잘 아는 IS가 수시로 키워드를 바꾸면서 공교롭게 광고 앞에 배치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IS가 자신들의 선전·선동 동영상 조회 수를 높이려고 방영 직전에 슈퍼볼 광고가 나오도록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광고뿐만 아니라 스니커즈, 버드와이저 등 다른 슈퍼볼 광고도 IS 동영상 앞에 배치돼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테러단체들이 유튜브 등에서 슈퍼볼 광고를 활용함으로써 광고주나 광고회사는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온라인 모니터링 업체 GIPEC의 에릭 파인버그 대표는 “이는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광고회사들은 유튜브에 책임을 묻고 그들의 광고를 빼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측은 테러단체들이 올린 동영상을 즉각 삭제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매일 수많은 동영상이 올라오는 현실을 고려하면 동영상 삭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폭스뉴스는 지적했다.

게다가 이 같은 방식은 IS나 헤즈볼라, 하마스 등 테러단체들만 아니라 광고 이익을 얻기 위한 ‘얌체족’들도 자주 활용하고 있는 수법이다.

‘많이 볼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유튜브의 운영방식이 낳은 폐해라고 폭스뉴스는 꼬집었다.

그러면서 테러단체들이 올린 동영상 클릭 수가 수십만여 회를 넘어가는데 이들에게도 수익금을 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유튜브는 테러 관련 콘텐츠를 원천 금지하고 있으며, 이 같은 동영상이 올라오면 ‘테러 조장’(Promotes Terrorism)으로 지정돼 적발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유튜브의 해명에 사이버 보안업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사이버 보안업체 Soteria의 크리스 오로크는 “유튜브가 콘텐츠를 필터링할 때까지 엄청난 양의 동영상들이 올라온다”면서 “유튜브가 이를 일일이 필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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