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시아인이 반한 십리대숲

▲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은 시민들의 일상을 보내는 도심공원이자 관광객이 자유롭게 오가는 힐링공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십리대숲을 찾은 대만 관광객들. 울산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대숲에서 즐기는 한복체험’ 행사에서 관광객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있다.

대숲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와호장룡’이 있다. 영화 속 검투장면에서 두 검객이 대나무를 두 발로 딛고, 요동치는 공기를 가르며 서로에게 칼 끝을 겨눈다. 하늘에 오르지도 않고, 그러면서 땅에도 안착하지 않는 허공 속의 열연에 보는 이들 모두가 열광했다. 대숲을 흔들고 유유히 사라진 바람의 흔적처럼 그 장면은 사람들의 뇌리마다 깊은 잔상으로 각인돼 있다.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은 ‘울산을 보는 창(窓)’ 울산12경 중 첫번째 관광지다.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 중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이미지를 떠올리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공업도시 울산이 산업과 환경의 공존을 기약하며 태화강 십리대숲을 부활시키기까지, 지난했던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대숲의 겉모습이 아닌, 그 속에 숨은 피와 땀의 실체에 감동하게 된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태화강 십리대숲은 도심공원의 아름다움 풍광과 함께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감동으로 다가온다.

동양적 정취 배경, 한복체험 인기
울산시 고정관광상품화 가능성도
실개천·제방산책로 등 생태 심장부
철새 보금자리로 환경단체도 주목

◇동양적 정취를 배경삼아 한복체험장으로

올 겨울 울산에는 중화권 관광객이 몰리면서 약 1000여명의 해외방문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지난달 31일 울산을 방문한 관광객은 25명의 대만관광객이었다.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 연인, 중년부부, 젊은 여성들로만 이뤄진 단체여행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대만 가오슝을 출발해 부산을 거쳐 울산에 온 이들은 이틀간 머물며 울산의 곳곳을 둘러봤다. 그 중에서도 이들은 여행사를 통해 “태화강 십리대숲에서 머무른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는 방문기를 전해왔다. 그 곳에서 체험한 색다른 한복체험이 대숲의 절경과 어울려 시너지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날 한복체험행사를 진행한 홍지윤 청년문화제작소 예술감독은 지난해 태화강대공원에서 ‘한복입는 봄 페스티벌’을 추진하며 이를 대숲으로 장소를 확대해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홍 감독은 “울산을 찾은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숲에서 즐기는 한복체험’(파일럿 프로그램)을 처음 실시했는데, 예상대로 그들로부터 ‘말로만 듣던 한복을 입게 돼 색달랐고, 동양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숲에서 한국전통의상을 입을 수 있어 더욱 인상 깊었다’는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숲은 초록색의 선명한 뒷배경이 인물을 부각시켜 관광지의 추억사진 촬영지로도 최고의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시는 이같은 피드백을 모아 대숲에서의 한복체험에 대해 고정관광상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일본인이 헐값에 사들여 조성한 십리대숲

울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화룡연을 굽이 돌아 학성을 지나면서 이수삼산의 이름을 남기고 울산만에서 동해로 접어든다. 태화강이 도심을 지나며 S자로 휘몰아치듯 강줄기를 만든 곳에 태화강대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태화강대공원은 오랫동안 ‘태화들’로 불렸다. 장기간 무관심으로 방치돼 오다, 어렵사리 다시 자연의 모습을 갖춰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낱 우범지대로만 인식되던 태화들은 도시계획상 주거지역으로 결정돼 개발될 예정이었지만 광활한 공원으로 환원시켜 오늘의 태화강대공원이 만들어졌다. 지난 2004년 시작된 태화강대공원 조성사업은 6년여 만인 2010년 5월 마무리돼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십리대숲은 실개천과 제방산책로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태화강 친환경 생태환경 중에서도 심장부에 자리한다. 십리대숲은 강을 따라 십리에 걸쳐 대숲이 펼쳐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큰 홍수로 강변의 전답이 사라지고 태화들이 백사장으로 변하자, 한 일본인이 헐값에 땅을 사들여 대숲을 조성한 것이 시초다.

십리대숲은 남구 무거동 삼호교부터 중구 태화동 동강병원에 이르기까지, 강의 남쪽과 북쪽에 번갈아가며 형성돼 있다. 남구쪽 대숲은 백로와 까마귀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환경단체들의 주목을 받으며 생태자연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구쪽 대숲은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도심공원이자 관광객이 자유롭게 오가는 힐링공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s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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