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맡기고 공연 10분전 입장
휴대폰 끄고 사진촬영 주의 등
올바른 공연문화 정착 첫걸음

▲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전당 관장

오래 전 서울의 한 전문 음악 공연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독주회 공연이 시작되고 한 2, 3분 지났을까 나이가 지긋한 중년 남성이 연주자 친척인데 지금 들어가서 공연을 봐야겠으니 입장을 시켜달라 했다. 이에 공연장 입구에 있던 안내도우미(하우스 어셔)는 공연이 시작됐기 때문에 지금 입장은 어렵고 첫 곡이 끝난 다음 입장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객은 막무가내로 지금 꼭 들어가서 봐야 한다며 문을 밀치고 들어가려 했다. 안내 도우미는 문을 막아서며 지금은 연주 중이라 안되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정중히 말했다. 몇 차례 옥신각신 하는 사이 흥분한 이 관객이 건방지다며 갑자기 여학생 안내 도우미의 뺨을 때린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얼떨결에 뺨을 맞은 안내 도우미는 순간 당황했지만 당당하게 끝까지 출입문을 지키며 첫 곡이 끝날 때까지 그 손님을 입장 시키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여학생은 주변 사람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들었고 공연장 측에서도 이 여학생에게 작게 나마 포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얘기는 근 2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다한 하우스 어셔로서 공연장 안내 도우미 교육 때 종종 얘기 되고 있다.

공연 중간에 관객 입장을 통제하는 것은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항이다. 공연 중에 관객의 입장이나 자리 이동은 주변의 다른 관객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음악 공연 중에는 그 흐름을 깰 수도 있다. 가끔 이 문제로 인해 관객이나 연주자가 공연장 측에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의 몇몇 공연장에서 소리가 날 수 있는 소재의 겉옷은 입장 전에 하우스 메니저가 로비에 있는 보관소에 필히 맡기도록 통제한다. 이유는 옷에서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다른 관객의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공연장을 찾는 대부분의 관객은 공연장에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또 스스로 그것들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 못한 관객들도 있다. 말 나온 김에 가장 기본적인 공연장 예절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극장에는 최소 30분 전에 도착해야 하고 10분 전에는 공연장에 입장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장내도 정리되고 본인 스스로도 관람할 준비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휴대폰 전원은 꼭 끄도록 해야 한다. 가끔 공연 중에 휴대폰 벨소리나 휴대폰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다른 관객은 물론이거니와 무대에 있는 연주자나 배우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유명 교향악단 공연 때 연주 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지휘자가 연주를 잠시 멈추고 다시 시작한 경우가 있었다. 한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1000명이 넘은 사람이 피해를 본 것이다.

세 번째는 사진 촬영이다. 공연 중 카메라 셔터소리나 번쩍이는 불빛은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나 배우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 사진 촬영 금지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초상권 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이 지적재산권이 법적으로 보호된 때에는 주의를 해야 한다. 휴대폰 촬영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공연 종료 후 커튼콜 시간에 사진 촬영을 허용하고 있으니 그 때 마음껏 찍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만 7세 미만 아동의 공연장 입장은 금지하고 있다. 특별히 입장 연령이 지정된 공연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만 7세 이상 아동부터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나이를 고려해서 정한 것이다. 공연 관람 예절을 지키는 것은 내 이웃을 생각하는 배려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나 자신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올바른 공연문화 정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이다.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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