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달러 받고 떠나든지 추방당하든지”…미국과의 합의 불투명 등 급박

“2만 달러(약 2300만 원)를 받고 자발적으로 떠나지 않으면 강제로 추방하겠다.”

호주 정부가 역외 수용시설의 망명 신청자들(asylum seekers)을 향해 최근 엄포를 놓으며 스스로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의 호주 난민시설에는 현재 이란을 비롯해 이라크와 시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출신 등 약 900명의 남성이 구금돼 있다.

지난해 4월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대법원의 불법 판결로 이 시설의 폐쇄를 결정한 만큼 호주 정부로서는 이들 수용자를 속히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처지다.

또 호주와 미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난민교환 수용에 합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이 합의의 이행이 불투명해지면서 호주로서는 더욱 다급한 사정이다.

이에 따라 마누스에서는 난민(refugees) 지위나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수용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회유와 압박이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호주 공영 SBS방송이 15일 보도했다.

난민 지위나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225명이 그 대상자로, 방글라데시와 네팔, 베트남, 레바논 출신이 우선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 출신이 전체 수용자 중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란 정부는 강제 송환자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망명신청자들은 자신에게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 한 수용자는 “망명 신청이 거부됐다며 2만 달러를 줄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모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대응하고 있지만, 강요는 계속되고 있다고 방송에 말했다.

호주 정부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귀국을 결정할 경우 최고 미화 2만5000달러(2900만 원)를 지급하는 당근책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금액은 호주 측의 급한 사정을 반영했는지 1년 전보다 배 이상이다.

또 같은 처지의 다른 나라들이 제시하는 액수보다 훨씬 많아, 독일의 경우 최근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이에게 1275 달러(150만 원)를 제시한 바 있다.

마누스 섬의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호주 녹색당은 이들의 강제 추방을 막기 위해 상원에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이는 14일 표결 결과 49 대 8로 부결됐다.

녹색당의 닉 맥킴 상원의원은 “난민 지위 결정 절차가 여러 측면에서 국제법에 맞지 않고, 망명 신청자를 강압적으로 쫓아내는 것은 국제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호주 총리실 측은 “파푸아뉴기니의 이민 문제는 파푸아뉴기니 정부의 문제”라며 “우리는 보호 의무가 없는 사람은 그들의 모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누차 말해왔으며 이는 통상적인 국제관행에도 일치한다”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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