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생각을 바꾸면 요리도 달라진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우리는 매일 같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요리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음식을 접한다. 어떤 때는 20년 경력의 요리사 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고객을 만날 때도 있다.

다양한 메뉴와 조리법을 놓고 경영마인드의 식당주(오너)와 오랜 경험을 가진 요리사의 의견이 달라 이를 절충하는 쉽지않은 과정을 겪기도 한다.

레시피는 요리방법·재료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만드는 사람마다 음식의 맛은 조금씩 차이 발생
같은 음식도 관점의 차이에서 다른 요리로 변신
꾸준히 노력해 자신만의 한가지 메뉴 개발 필요

음식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맛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똑같은 맛을 원한다면 요리사들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을 듯하다.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만드는 방법과 들어가는 재료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일 뿐 고객한테 내놓을 음식을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만드는 건 예의가 아니다. 요리사로서의 자존감에도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아주 오래 전 모 대학에서 실습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계란을 가지고 한 학기 수업을 진행했고, 또다른 학기에는 샌드위치로만 실습 교육을 했다.

15주 동안 책도 없이 계란요리와 샌드위치로만 수업을 진행하니 학생들이 지겨웠을 법도 하다. 나의 과제는 참가자 모두 팀을 구성 해 같은 재료로 다른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는 그 날 수업 중 만든 요리가 훗날 본인이 주방장이 돼 만드는 요리라는 생각으로 임하라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음식을 만드는 팀이 있는가 하면, 눈치만 보고 옆 팀의 음식을 흉내만 내는 팀도 있었다. 아예 요리는 관심 밖이고 오로지 수업 이후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못난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기발한 아이디로 음식을 만들던 친구들은 요즘 나와 같은 직장에서 요리사로 인정받아 주방장의 꿈을 키우고 있다. 요리를 시작하는 어린 초년병들이 그저 책 속 레시피대로만 조리하는 습관에 빠져들면 나중에 책임자가 됐을 경우 자신만의 색다른 음식을 만들 수 없기에, 미리 연습을 하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귀빈을 위해 행사 때마다 별도의 메뉴를 구성해 제공하고 있다. 10년 간 한식을 해 온 한 직원을 집중 트레이닝하고 있다.

그 직원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지금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그 친구의 훈련법은 한가지 메뉴에 대해 숨은 그림 찾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단순한 메뉴 속에 ‘왜?’라는 의문을 품게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유도했다. 6개월이 흐른 지금, 그가 맡아 내놓는 음식은 울산은 물론 전국 어느 식당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꼭 명심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같은 메뉴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음식이 바뀐다. 바뀐 음식으로 인해 요리사로서 지위를 얻기도 하고, 평판이 달라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 오늘의 별미 메뉴 - 불고기 치즈 샐러드

● 소고기는 목심(불고기용)으로 200g 정도 준비한다. 치커리(상추) 4개, 홍고추 1개, 버섯 3개, 양파 1/4개, 당근 1/4개, 체리토마토 3개, 피자 치즈 50

●, 그 외 샐러드에 들어갈 야채가 더 있어도 좋겠다.

● 불고기 양념장은 간장 2스푼, 양파즙과 배즙 2스푼씩, 물 4스푼, 맛술 1스푼, 설탕 2스푼, 매실액 1스푼, 참기름 1/2스푼, 다진 마늘 1/2스푼, 깨소금 1/2스푼, 참기름, 후추를 섞어 만든다.

● 샐러드 드레싱은 올리브유 2스푼, 간장 1스푼, 식초 1스푼, 씨겨자 1스푼, 설탕 1/2스푼, 올리고당 1/2스푼을 넣고 마지막에 후추를 조금 추가한다.

● 소고기를 양념장에 재운 뒤 양파와 당근 등은 채썰어 둔다.

● 샐러드용 야채는 깨끗이 씻어서 채에 받친다. 드레싱을 미리 만든다.

●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된 고기를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살짝 굽는다. 야채를 넣고 굽다가 치즈를 올린 다음 뜨거운 상태에서 토치로 겉면만 살짝 익힌다. 남은 온기로 치즈가 녹도록 한다.

● 큰 접시나 보울에 담은 뒤 고기 국물을 제거한다. 모두 한데 담은 뒤 샐러드로 마지막 장식을 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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