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촉구서명 100만명 눈앞…87만여명 온라인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거듭된 악재 속에 심대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아직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15일(현지시간)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내정자가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 속에 낙마했고, 이틀 전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으로 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사퇴하는 등 ‘리더십’의 첫 단추이자 핵심인 인사권부터 큰 상처를 입었다.

또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반(反)이민’ 행정 명령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야당인 민주당은 러시아와의 커넥션 의혹을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띄워 올리면서 대여 투쟁에 당력을 집중하고 나섰다.

이처럼 각종 스캔들과 악재가 잇따르자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미 정가의 불안정성과 정국 유동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온라인 서명을 받는 ‘트럼프 탄핵(impeachdonaldtrumpnow.org)’ 웹사이트에는 16일 오전 1시 현재 87만여 명이 탄핵 찬성에 서명, 조만간 100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웹사이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등이 개설한 것으로, 탄핵 서명운동과 함께 탄핵기금 모금 운동, 집단행동 계획 등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유력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는 연초부터 ‘#트럼프를 당장 탄핵하라(#ImpeachTrumpNow)’는 해시태그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만약 이 같은 탄핵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면 이에 고무된 민주당이 러시아와의 커넥션 의혹을 ‘러시아 게이트’로 공식 규정하고 본격적인 트럼프 퇴진 운동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진보 진영에서는 지난 1972년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의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던 사태가 35년 만에 재연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제는 러시아 커넥션 스캔들 같은 트럼프 정부의 결정적 실기에 대해서는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싸늘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러시아 커넥션 의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청문회 요구 등 의회 차원의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퍼즈더의 사퇴를 앞두고 최소 1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인준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강력하게 일축했지만, 원하는 대로 의혹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부터 1시간 동안 러시아 커넥션을 부인하고 언론과 정보당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을 6건이나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 미디어들이 자신들의 음모론과 맹목적인 증오에 미쳐 있다”면서 “말도 안 되는 러시아 커넥션은 단지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한 대선 캠페인 때문에 저질러진 많은 실수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오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플린 보좌관에 대해 “언론에 의해 매우, 매우 부당하게 대우받았다”면서 “’가짜 언론‘(fake media)에 의해 그렇게 심하게 대우받은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기관에서 문건 등이 유출되고 있다. 그런 유출은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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