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선수 은퇴 전격 선언...학업 열중 후 진로 모색
리듬체조 관심 불어넣고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라

 

한국 리듬체조 간판 손연재(23·연세대·사진)가 현역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손연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손연재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며 “동시에 현역 선수로서도 은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선수 생활의 가장 큰 목표였던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친 뒤 진로를 놓고 고민해온 손연재는 2017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신청 마감일(21일)을 사흘 앞두고 은퇴를 결정했다.

손연재는 소속사를 통해 “아쉬움과 후회는 없다”며 “운동을 계속해오면서 처음 시작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손연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끝나서 너무 행복했고, 끝내기 위해서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17년 동안의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고,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했는지 알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연재는 모든 것을 다 바쳤음에도 그토록 바랐던 올림픽 입상에 실패한 회한과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면서 성장한 자신에 대한 뿌듯함도 털어놨다.

그는 “나는 단순히 운동만 한 게 아니다. 더 단단해졌다. 지겹고 힘든 일상들을 견뎌내면서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결과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당장이 아닐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노력은 결국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손연재는 “끝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믿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부터 모든 것들이 새로울 나에게 리듬체조를 통해 배운 것들은 그 어떤 무엇보다 나에게 가치 있고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이제는 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전부 다 하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손연재는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같이 걸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불모지인 한국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꽃이다.

6살에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첫 시니어 무대였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지만, 시상식 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국내 훈련만으로는 한계를 절감한 그는 이후 리듬체조 최강국인 러시아로 건너갔다. 러시아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량을 키운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손연재는 4년 만에 재도전한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는 월드컵에서 매 대회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비록 리우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동유럽의 벽을 넘지 못해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개인종합 4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연재의 향후 진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13학번으로 졸업까지 두 학기를 남겨둔 손연재는 일단은 학업에 열중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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