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장애 있다고 믿어...충동적 범행 뒤 자살시도

정신질환자 강력범죄 증가...국가 차원 예방대책 시급

▲ 울산에서 과대망상과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어린 두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정신질환을 조기에 치료해 참극을 예방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료사진
울산에서 과대망상과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어린 두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정신질환을 조기에 치료해 참극을 예방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국가차원에서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같은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 사회적 관리망을 넓히고, 정신질환자 치료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 사전예방 차원으로 정신질환 문제에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장애없는 아이, 장애있다고 믿어

지난 17일 울산 북구 한 아파트에서 11살 난 초등학생 큰 아들과 7살 난 유치원생 작은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두 자녀의 친모 A(37)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두 자녀는 각기 다른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부검결과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약 2개월 전 과대망상과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장애가 있다고 믿었던 A씨는 이날 아이들이 다투자 각자 방으로 보낸 뒤 충동적으로 이불을 덮어 목을 졸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두 자녀에게는 실제로 장애가 없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범행 직후 A씨는 본인 또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집안에서는 A씨가 쓴 유서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함에 따라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병원 진단 후에도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자살을 시도하기 전 남긴 유서와 가족 진술을 종합해보면 본인이 죽으면 자녀를 돌봐 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강력범죄 끊이지않아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울 ‘오패산 총격사건’과 지난달 포항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이 아버지를 찔러 숨지게 한 사건 등 정신질환자들의 피해망상에 따른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두 자녀를 숨지게 한 A씨 또한 과대망상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꾸준히 늘어나자 정부는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정신질환 범죄자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같은 방안이 이미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 대한 것으로 예방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데 있다.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보는 부정적인 사회인식이 오히려 정신질환자들의 초기 치료를 늦추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손정미 울산 북구보건소장은 “누구나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안고 산다. 정신질환은 그만큼 현대인의 병이라고 보면 된다”며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 숨기지말고 자신의 상태를 주변에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시작됐다고 보면된다. 특히 가족 등 주변인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가 치료의 시작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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