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
철저한 준비·용기로 도전하면
새로운 희망과 성장 기회될 것

▲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다시 태어나거나 혹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를 다시 선택할 것인가? 한 해를 또 시작하는 이맘때 쯤 머릿속을 번잡하게 만드는 이런 생각은 인생은 결국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인생에서 한 길을 택해 그 길로 걸어가게 되면 포기해야만 할 것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그 경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과 호기심이 생긴다. 그 길은 어땠을까? 그 길로 들어섰더라면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인생살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쓴 ‘가지 않은 길’의 일부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길을 향해 걸어간다. 좋아서 선택했을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더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 이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항상 고민을 동반한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늘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의 몸이 하나이기 때문에 똑같은 열정을 분배하며 동시에 두 길을 갈 수는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은 과감히 한쪽을 내려놓을 수 있는 비움이다. 두 가지 다 거머쥐려 하면 둘 모두 빠져나가 버릴 수 있다.

새롭고 낯선 길이 그리 편하지는 않을지라도 도전과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첫 길을 들어서는 설렘 이외에도, 낯설기 때문에 더 주의집중을 기울이며 더 깨어 있는 상태로 대비하게 된다. 한마디로 타성에 젖지 않는다. 그래서 슈테판 클라인의 <행복의 공식>이란 책 말미에 있는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기대하지 않은 일에 숨겨져 있는 자극을 제대로 평가할 줄 알고 익숙한 것을 매번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삶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첫 입학, 첫 면접, 첫 출근, 첫 연설 등, 어떤 길이든 첫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갈 수가 없다. 아무리 노련한 명강사라 하더라도 첫 강의의 경험은 있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청년들은 첫 시도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수한 첫 경험들을 하며 모든 상황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은 주변의 익숙한 대상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작은 새로움을 찾아내려 노력하면 늘 설레는 마음으로 또 다른 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주변에선 안전한 길을 권한다. 늘 가던 길, 이미 가보았기 때문에, 속속들이 잘 아는 길이 자연스럽고 익숙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운 길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용기와 철저한 준비를 수반한다. 그리고 실제로 가보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이기 때문에 불안한 것뿐이다. 우리들의 도전과 응전, 그것만이 새로운 희망의 탄생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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