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식 (사)한국직업인성개발원 이사장

3월 신학기를 시작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 1~2학년부터 적용된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진학에 비중을 두고 지식 전달이나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개정 교육과정은 개념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틀에 얽매인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며 이성과 감성이 융합된 인문소양으로 제2의 철학자 칸트를 꿈꾸며,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하는 힘을 배양하는 4차 산업혁명 대비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교육과정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문제였던가. 개정의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현장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문민정부시절로 기억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열린교육이 대세를 이루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 줄이 아니라 다양한 줄로 세우겠다는 그 취지에 공감했었다. 당시 그 취지가 제대로 적용되었을까? 제대로 운영되었다면 지금 교육과정의 취지와는 크게 달라졌어야 한다. 그런데 당시의 교육과정 개정의 취지나 2015 개정의 취지에 큰 변화를 발견할 수 없다. 마냥 미래사회 대응력이다.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과정의 수혜 대상인 고객 즉 학생이나 학부모와 교육부의 입장에 다소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념이고 고객은 현실이다.

비유한다면 회자되고 있는 ‘철학자 칸트의 청혼’에 관한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다. 칸트가 청혼을 받는다. 청혼을 받은 그는 여인에게 ‘잘 생각해 보겠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 날부터 결혼과 사랑에 대한 책을 늘어놓고 연구를 시작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칸트는 마침내 여인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 여인의 집에 찾아가서 청혼을 승낙하고자 문을 두드리자 여인의 아버지가 나온다. 칸트는 여인의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자네는 너무 늦었네. 내 딸은 이미 결혼해서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네”라고 대답한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게 할 수 없다. 요즈음 노동시장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용기도 없이 시작도 해보지 못한다. 모든 것이 뜻대로 안된다며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N포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때를 놓치는 선택은 헛수고다. 교육과정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철학자 칸트의 청혼 이야기가 지식위주의 교육을 대변 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세상의 화두가 취업이다. 노동시장에서 학벌과 지식보다 우선하는 게 능력이다. 능력의 화두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다. 변화와 기회를 정면으로 맞이하는 지혜로운 선택의 결정력이 NCS다.

신학기부터 시작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에서부터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타고난 자기의 잠재력을 스스로 꺼낼 수 있게 일과 학습의 병행, NCS 등을 염두에 둔 다양한 진로인식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하며 학습활동은 재능을 진로와 연계시키는 수단과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학교와 선생님들의 몫이다. 이 순간 우리가 소망하고 지향하는 것은 자라는 가슴들과 머리들에 미래 대응의 씨를 뿌리고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것이 새로운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어려움은 당연히 극복해야 하고 본래의 개정 취지가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성식 (사)한국직업인성개발원 이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