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상을 파고든 인더스트리4.0
에너지산업도 연결과 융·복합 도모해
세계 에너지시장 전환 주도해나가야

▲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최근 일본의 한 여성이 급성골수백혈병을 진단받고 병원의 진단에 따라 항암제를 6개월 동안 투여했지만 병세가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Watson)에 이 여성의 유전자정보를 입력하니 10분 만에 백혈병 중에서도 특수한 유형인 2차성 백혈병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맞는 항암치료를 시행하자 수개월 만에 회복해 퇴원했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판결예측 법률시스템 등 그야말로 인더스트리 4.0이 우리 일상생활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산업 또한 이러한 인더스트리 4.0에 대비해 진화하고 있다. 발전소를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일정기간 마다 상태에 상관없이 설비 전체를 열어 부품을 교체했었다. 설비의 이론적 수명에 따른 예방적 유지보수(Preventive Maintenance)를 시행한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교체가 필요 없는 경우 그만큼 경제적 손실을 입는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설비별로 수천여 개의 센서에서 감지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운전 및 정비관리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정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설비운전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통해 정비주기를 최적화하는 예지적 유지보수(Predictive Maintenance)를 통해 효율적 설비운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에너지산업은 다른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연결과 융·복합을 통해 인더스트리 4.0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산업 내에 있는 모든 설비를 연결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현장에는 수많은 설비가 존재하며,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종류는 무한하다. 그러나 현재 이더넷(데이터 전송을 위한 유·무선 통신방식)을 통해 연결된 기계나 설비의 수는 전체 설비의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결은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한 상시 의사결정을 돕고,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진단·예측 등과 같은 솔루션 제공을 가능케 한다. 인더스트리 4.0의 키워드 중 하나인 스마트 공장은 이러한 연결화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연결화와 동시에 다른 기업,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도모해야 한다. 인더스트리 4.0은 수많은 산업분야 간 끊임없는 융합과 조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전통 에너지산업의 고효율화,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 보급과 수요자원 거래,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 에너지산업 여러 분야에서의 혁신이 제각각 추진된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보장하기 힘들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매개로 에너지산업이 조화되어야 혁신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연결과 융·복합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제조업 기반의 GE는 전 세계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달아 운항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통해 연료절감과 최적의 유지보수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발전소 고장정지율, 송배전 손실률 등 우리의 에너지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러한 역량에 연결과 융·복합이 더해진다면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의 씨앗은 벌써 우리의 손에 쥐어져 있다. 기업 혼자만의 노력만으로는 그 씨앗을 싹틔울 수 없다. 전력, 통신, 기자재 제작사 등 각 분야의 기업이 자사의 역량을 바탕으로 상호 연결과 융·복합을 위해 노력한다면 에너지산업의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펼쳐나갈 새로운 먹거리를 지속 확대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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