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조사서 호남서 안희정과 격차 벌려…文캠프 ‘고무적’ 평가
영화 ‘재심’ 관람…주말 광화문 촛불집회 참석 ‘탄핵 집중’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운데)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사법피해를 주제로 한 영화 '재심'을 관람하기에 앞서 박준영 변호사(오른쪽), 김태윤 감독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대선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진실과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대세론’ 확산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임박하면서 정국 긴장도가 고조되는 가운데 문 전 대표는 민주당 내 경선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21∼23일 전국 성인남녀 1천6명 대상으로 실시. 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전 대표는 32%의 지지도로 지난주보다 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굳건한 선두를 고수했다.

맹추격을 벌이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1%포인트 하락한 21%를 기록해 11%포인트 격차를 유지했다.

그러나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43%의 지지도를 보이며 지난주보다 11%포인트 올랐지만, 안 지사는 3%포인트 빠진 18%를 기록해 틈새가 더욱 벌어진 점은 문 전 대표로서는 고무적이다.

당내 경선의 출발지인 호남에서의 승부가 경선 판도를 가를 수 있어서다. 안 지사의 ‘선의’ 발언 논란이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민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CGV에서 사법 피해를 주제로 한 영화 ‘재심’을 관람했다. 재심은 살인 누명을 쓴 피해자가 무죄를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극중 진실규명을 위해 재심 청구를 돕는 변호사 역의 실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 변호사는 문 전 대표가 원심 변호를 맡았던 1990년 부산 ‘엄궁동 살인사건’의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문 전 대표는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두 용의자를 변호했으나 이들은 무죄 주장에도 끝내 유죄판결을 받고 21년간 복역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는 “그분들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게 제 평생 가장 한이 되는 사건”이라며 “박 변호사가 꼭 해내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두세 건의 간첩 조작 사건 재심으로 무죄 선고를 받아냈는데, 그때까지 무너진 세월과 가족의 고통을 어떻게 보상하겠느냐. 국가는 사과조차 안 하고 고문 경찰관들과 부패했던 검사들, 피고인의 절규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던 재판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해 국민적 통합을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전 대표가 영화 관람 직전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들과 차담회를 한 것도 이런 메시지의 연장선이다.

문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면서도 이념·세대·지역을 뛰어넘는 사상 첫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결국 통합과 화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진실규명과 적폐청산이 우선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지금은 헌법재판소 선고가 임박한 탄핵 국면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의미에서 문 전 대표는 주말인 25일 광화문 촛불집회 참석을 제외하고는 공식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조기대선을 전제로 한 본선 같은 경선이 다가오면서 정책 발표와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의 시선은 여전히 탄핵 정국에 가 있다. 탄핵안이 인용되어야 조기대선이 가능하며, 대선 슬로건 역시 적폐청산이기 때문이다.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특검 연장법 직권상정 합의가 무산됐지만, 문 전 대표는 계속해서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특검 연장 승인을 촉구하며 압박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문 전 대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모친상을 당한 만큼 25일 촛불집회 참석 뒤 밤늦게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올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유족이 가족 중심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하셔서 문 전 대표도 조용히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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