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각자도생’…현대중 차입금 3조↓

▲ 현대중공업 회사 분할(분사)계획 승인 등이 대내외적 예상대로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통과됐다. 이날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총회장에 입장하려다 경찰과 회사측 진행요원에 막혀 대치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오는 4월부터 현대중공업이 이질적인 사업 부문을 별도로 떼어낸 6개의 회사로 쪼개져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울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회사를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나누는 사업분할 안건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오는 4월1일부로 현대중공업(조선·해양·엔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의 개별회사로 전환된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그린에너지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선박 통합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로보틱스 계열사로 각각 편입된 바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작년 11월15일 이사회에서 통과됐던 현대중공업의 6개사 분사 결정을 최종 승인받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전혀 무관한 사업들을 한데 묶어두면서 발생했던 비효율을 해소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4인 5각‘의 끈을 풀고 4개 회사(독립법인 기준)로 분할돼 개별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며 “각 부문에서 독립한 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중공업 부채비율 100% 아래로…“재무구조 개선”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됐다.

이번 분사로 7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3조원 이상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서 배정하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차입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작년 말 106%이던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로써 차입 여건이나 신용도가 개선되고 해외 수주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재무 안전성이 높아지면 조선업 불황이 지속돼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신규 투자할 여력도 생기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다시 한 번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사는 현대중공업이 마련한 자구안을 이행하는 차원이기도 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번 사업분할로 2만3000여명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의 인력 가운데 20%에 달하는 4000~5000명이 분사되는 회사로 옮겨간다. 이들은 고용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소속은 현대중공업에서 각 분할회사로 변경된다. 현대중공업이 40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 전기전자·건설장비·로봇 “맞춤형 투자로 경쟁력 강화”

이번에 현대중공업에서 떨어져 나가는 5개 회사의 본사는 각각 △현대그린에너지 충북 음성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산 △현대 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서울 △현대건설기계 서울 △현대로보틱스 대구 등으로 이전된다.

분할되는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다.

2016년 매출이 2조1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알짜 사업부’인 데다, 최근 수주 실적도 양호한 편이라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 임직원 수는 약 2600명이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미국 에너지 규제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 아시아 신흥시장 개발에 따른 시장 확대, 중동의 유가 회복세 등에 힘입어 시장별 신규 고객 개발 등을 통한 수주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전력기기산업은 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ABB, 지멘스, 슈나이더 등의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 효성, LS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곳은 현대건설기계이다.

2016년 매출 2조1000억원에 임직원 수는 약 1200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 이어 국내 건설장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역시 비조선분야 핵심사업부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건장사업부의 주요 제품인 중대형 굴삭기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속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7.2%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각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경기 활성화 노력으로 글로벌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글로벌 판매망 강화와 브랜드 가치 상승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는 2015년 7월 엔진기계사업부에서 분리돼 규모는 작지만 국내 유일 산업용 로봇을 독자 개발해 생산 중이고 첨단의료용 로봇의 상용화도 앞두고 있어 전망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임직원 수는 약 300명이다.

현대로보틱스는 대구광역시 테크노폴리스 공장으로 이전해 최첨단 스마트 공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연간 4천대이던 기존의 생산 규모를 향후 8000대로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분사 이후 매출 목표는 3천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OLED 패널의 운송 로봇시장에 진입하고,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기업과의 조인트 벤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 분사 회사들 5월에 상장…분할법인 단일노조 ‘불씨’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총 승인을 얻은 4개 기업의 상장을 5월에 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주식은 3월 30일부터 5월9일까지 거래가 정지되며, 재상장되는 현대중공업 및 신설 회사의 주식은 5월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분사한 회사의 임금단체협상을 개별회사 단위로 진행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사 1노조’로 임단협 등 교섭을 회사 측과 벌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수용 불가 입장이어서 분사 이후에도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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