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重 분사 확정 명암

▲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사업분할 승인안 등을 통과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차입금 절반 수준으로 줄어
신용도 개선 해외수주 도움
4000여명 구조조정 효과도
알짜 사업부·인원 타지 유출

현대중공업이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업분할 안건을 처리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4월부터 6개의 회사로 쪼개져 각자 도생의 길을 걷게 된다. 이번 사업분할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와 함께 각 회사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 속에 울산으로서는 인력 및 자본유출은 물론 신성장동력사업인 로봇사업과 태양광사업 등이 타 지역으로 뺏기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부채비율 95%로 ‘뚝’…재무구조 개선효과

현대중공업은 오는 4월1일부로 현대중공업(조선·해양·엔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의 개별회사로 전환된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그린에너지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선박 통합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로보틱스 계열사로 각각 편입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사로 7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3조원 이상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서 배정하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차입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작년 말 106%이던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로써 차입 여건이나 신용도가 개선되고 해외 수주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재무 안전성이 높아지면 조선업 불황이 지속돼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신규 투자할 여력도 생기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다시 한 번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사는 현대중공업이 마련한 자구안을 이행하는 차원이기도 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번 사업분할로 2만3000여명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의 인력 가운데 20%에 달하는 4000~5000명이 분사되는 회사로 옮겨간다. 이들은 고용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소속은 현대중공업에서 각 분할회사로 변경된다. 현대중공업이 40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로봇·태양광 등 타 지역 옮겨가…울산은 관련산업 위축

이번에 현대중공업에서 떨어져 나가는 5개 회사의 본사는 각각 △현대그린에너지 충북 음성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산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서울 △현대건설기계 서울 △현대로보틱스 대구 등으로 이전된다.

분할되는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다. 2016년 매출이 2조1000억원을 기록할 만큼 ‘알짜 사업부’로 최근 수주 실적도 양호한 편이라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 임직원 수는 약 2600명이다.

현대건설기계는 2016년 매출 2조1000억원에 임직원 수는 약 1200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 이어 국내 건설장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역시 비조선분야 핵심사업부로 꼽힌다.

2015년 7월 엔진기계사업부에서 분리된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유일 산업용 로봇을 독자 개발·생산 중이고 첨단의료용 로봇의 상용화도 앞두고 있어 4차산업 혁명시대 안성맞춤인 회사다. 2016년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임직원 수는 약 300명이다.

특히 이들 3개사의 지난해 매출액만 4조4500억원에 임직원수가 4100여명에 달해 울산으로서는 상당한 자본과 인력 유출이 불가피한 셈이다. 특히 로봇과 태양광 등 미래 신성장 핵심산업들이 타지로 옮겨가면서 울산은 관련 산업 위축이 우려된다.

한편 현대중공업 주식은 3월30일부터 5월9일까지 거래가 정지되며, 재상장되는 현대중공업 및 신설 회사의 주식은 5월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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