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분사·탈울산은 어쩌면 시작일뿐

기업은 이윤을 위해 언제든 떠날 수 있어

지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존 모색해야

▲ 신형욱 사회부장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일한 글로벌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진통 끝에 분사를 확정지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오는 4월1일부로 현대중공업(조선·해양·엔진)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의 개별회사로 분사를 결정했다. 작년 12월에는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그린에너지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선박 통합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로보틱스 계열사로 각각 편입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분사는 분사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분사된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법인은 서울과 대구, 충북음성, 부산 등으로 본사를 옮겼거나, 갈 계획이다. 회사로선 글로벌 경제침체 속 생존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로봇 등 제품 양산사업과 조선 등 수주 기반사업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하는 등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업종 특성에 맞는 독립 경영체제를 확립함으로써 각 사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극대화하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분사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현대중공업의 설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당장 이해당사자인 노조는 사측의 분사가 노조 약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수월하게 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했다. 급기야 주총장에서도 격렬한 반대로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고, 주총 후에도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주총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주민 등 지역사회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삭발까지 했던 권명호 동구청장은 “현대중공업은 지역 사회가 안심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분사와 본사 이전 움직임을 멈추게 할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을 저버리면 안됩니다’는 감성적 호소 외에 달리 찾을 방법이 없는게 현실인 듯하다.

조선업 침체가 수년째 지속되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돼왔고 분사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역으로선 아쉬움도 적지 않다. 문제는 기업의 탈울산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울산은 특정공업지구 지정 등 국가의 중화학공업 중심 육성정책 덕에 우리나라 산업의 고속성장을 이끌어내며 산업수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책적으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가 사실상 힘든 시대다.

수년간 지속된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주력 제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조선업에 이어 내년에는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본사가 울산인 현대중공업과는 체감 정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탈울산 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이 중후장대형의 국내 산업을 이끌어온 덕에 국내 주요 대기업의 주력공장들이 터를 닦고 있다.

한때 종가사업장으로 세계적 존재감을 드러냈던 기업들이 다수 있지만 예전만 못한게 현실이다. 기업체 입장에선 강성노조와 고임금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기업 유치는 지자체간 경쟁을 넘어 선·후진국 가리지 않고 생존전략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울산시만 해도 중동과 아시아, 유럽, 북미 등 가리지 않고 투자유치에 열심이다.

실제 성남시는 이전이 확정 단계인 현대중공업의 통합R&D센터 유치를 위해 부지와 건물 등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의 주체임을 다시한번 인식해야 할 듯하다. 울산의 행정과 정치권, 상공계, 노동계, 시민 등 모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행정은 투자유치 노력 이상으로 기업의 탈울산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노동계와 산업계 등 다른 모든 경제주체들도 지역과 함께 상생·공존하는 방안을 찾는데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울산이 미래에도 산업수도로 지속적으로 남아있기 위해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금이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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