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증후군

▲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자녀의 새학기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이유없이 등교거부·복통 등 일으키기도
야단치기보단 아동 입장에서 대화 필요
증상 심하고 오래가면 분리불안장애 의심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자 집집마다 부모들은 아침마다 자녀들과 등교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를 둔 주부 A씨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큰 일과다. 문제는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던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밥도 잘 먹지 못 하고 수시로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혹시라도 아이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것은 아닌지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도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라 새학기에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아이들이 겪게 되는 ‘새학기증후군’이었다.

◇의존적 성격일수록 발생 가능성 높아

성인들이 명절과 휴가를 보내고 오면 우울하거나 무력감을 느끼는 ‘명절증후군’을 겪듯, 어린이들도 긴 방학 뒤에 새학기증후군을 겪는다. 학생들은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되면 새로운 학급 환경에 적응하면서 일시적인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새학기증후군은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일종의 부적응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새학기증후군의 증상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 배아픔, 두통,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동반된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가정보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시기에 부모와 형제가 아닌 새로운 선생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는 어린이가 많기 때문이다.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가정에서 친숙한 구성원들과 지내다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생활 환경의 변화는 아동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심리적 가용 자원이 적은 아동일수록 심리 증상에 더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새학기증후군은 부모가 과보호적인 양육태도를 보이며, 아동의 성격이 의존적이고 부모의 사랑을 지나치게 갈구하는 가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문의는 “애착 대상과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정상 아동에서 흔히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나 나이에 비해 정도가 심하고 오래가서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의 입장에서 대화하며 문제 해결해야

자녀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짜증을 부리거나 떼를 쓴다면 새학기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이때 부모가 야단을 치거나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부모의 야단이 아이에게 더 큰 스트레스가 되고, 신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학교에 다니는 것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칭찬과 격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부모가 정서적으로 항상 곁에 있다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줄 수 있다.

개학 후 아이가 혼자 있고 싶어하고 대화하기를 꺼리거나 말수가 줄어들면 학교생활로 인해 정서적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또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멍하게 있을 때가 많고 표정이 어두우면 우울증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복통 등이 있다면 병원의 해당 과를 찾아 신체질환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검사를 해도 이상 소견이 없으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

박장호 교수는 “아동은 어른들이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그 원인에 대한 자세한 탐색이 필요하다”며 “어른의 입장에서 야단치거나 캐묻기보다는 아동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상상하며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학기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학 중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계획해 자녀가 성취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새학기증후군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심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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