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경찰이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 저지선을 친 모습. 연합뉴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각각 자국 내 상대국 국민에게 취한 출국금지 조치가 국제법 위반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국제법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상대국 국민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인질극’이 양국 모두를 국제법 위반이라는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 7일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모든 북한인의 출국금지로 맞대응했다.

현재 북한에는 십여명의 말레이시아 기업인들과 관광객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1000여 명의 북한인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면적인 보복성 출국금지 조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 로버트 볼테라는 “말레이시아는 북한인의 출국을 금지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법은 물론 국제법에도 해당할지 모르는 심각한 위반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공모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날조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은 이번 출국금지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볼테라는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 국제법센터장인 루시 리드는 “국가안보상 이유를 위해서는 어느 정부든 단기간 자국 국경을 통한 입출국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장기간이 됐을 때는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권리를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 전문가들은 출국 제한 조치와 관련한 분쟁의 경우 명확한 해결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국제법 위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강화를 논의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프리 로버트슨 연세대 교수는 “북한은 자기 발에 총을 쏜 셈”이라면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관계를 끊도록 설득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새로운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출입금지 조치와 함께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출입을 사실상 봉쇄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국제법 저촉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엔 조약은 현지 당국이 대사관에 들어가거나 외교 직원을 체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국가안보상의 이유가 아닌한 외교 공관 직원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현광성(44)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치외법권인 대사관 내에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현광성은 외교관 신분이어서 체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욱일은 외교관 신분이 아니어서 유엔 조약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대사관 내에 은신하고 있는 한 검거가 어렵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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