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 선고일이 확정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결과를 선고하기로 했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도를 반영해 선고 당일 대심판정에서 TV 생중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이후 92일 만에 절차를 마무리, 탄핵정국이 끝을 맺는 순간을 전 국민이 지켜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제는 국가적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헌재의 결정을 존중, 믿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일체의 찬반활동과 불복종 운동을 멈추고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모두 승복·수용하겠다는 자세로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헌재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헌법적 분쟁에 대한 최종 판단 기관이다. 즉 헌재 결정에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보호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기에 누구라도 불복해서는 안된다. 다수가 합의해 정한 법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민주 사회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탄핵찬반단체의 움직임은 승복의 자세보다는 다소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탄핵인용과 기각을 각각 주장하는 찬반단체들은 막바지 치열한 장외공방을 펼치고 있고, 정치권 또한 이를 선동·방조하고 있다. 한켠에서는 일전도 불사할듯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탄핵선고일 발표 이후 탄핵 찬반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어 헌재를 압박하는 행위는 걱정스럽기 그지 없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 사회를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견해 표명을 넘어 선다면 사법권의 독립은 침해되고 민주주의와 그 존재 기반인 법치주의 또한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되씹어 봐야 할 것이다.

또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도 차분히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경제는 동력을 잃어가고, 밖에서는 보호무역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서민들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사드배치로 불거진 중국의 보복과 북한의 핵위협이 가중되면서 근심걱정 또한 늘어나고 있다. 가히 내우외환의 지경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대통령 탄핵문제에만 매달려 있을 만큼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탄핵심판에 따른 국론분열이 심화된다면 그 뒤에 맞이할 후폭풍은 어떨지, 생각만 해도 걱정이다. 분명한 것은 헌재의 결정을 그동안의 국정 공백과 국민 분열을 종식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국민적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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