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엄마처럼 농사짓고 살지 않으려면 여자도 공부를 많이 해야된다.”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엄마의 생각과 내 생각은 달랐다. 꼭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장애인 인권현장에서는 흔들릴 때가 많다. 인권침해에 노출돼 상담과 구제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성인발달장애인을 보면서 이들이 조금만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더라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대학교육이나 전문교육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의미한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을 가꾸고 관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등의 교육을 말이다.

발달장애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그 교육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호계가 고향으로, 모든 동네를 걸어 다니던 분에게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과 본 단체가 있는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교육, 이제는 버스를 타고 필요에 따라 하루 1~2번씩 들러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도 찾아와 직원들이나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장난스러운 행동을 한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또 정리정돈 교육을 통해 익힌 정리법으로 이불과 속옷을 정리하고, 요리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익힌 요리법으로 부모님을 위해 요리를 한다. 자신의 통장에 돈이 모이는 것을 보고 돈을 아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으며 먹고 싶은 과일을 고르면서 너무 비싸지 않은지를 묻는다. 두 번의 여행을 통해 욕구가 성장, 또 다른 여행계획을 세우기도 하며 이제는 꽤 어려운 단어를 활용해 문장을 구사한다. 일찍 일이 끝났다고 센터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동료가 먼저 다녀갔는지를 묻는다. 자기에게 그물과 휴대용 가스가 있으니 같이 물고기를 잡아서 매운탕 끓여 먹자는 멋진 제안도 하고 동료의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런 저런 것들은 참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도 한다. 2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에 무거운 짐을 지고 주인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도 않던 모습에 비하면 언제 그런 때가 있냐는 듯 달라진 모습이다.

이렇듯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무엇일까? ‘지지’와 ‘교육’일 것이다. 지속적이고 눈높이에 맞게 지원된다면, 자신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비난받거나 무시당하는 일 없이 받아들여지고,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자신을 진정으로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는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성장하고 표현도 많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울산장애인인권포럼은 이러한 지지와 교육을 지속하기 위해 힘든 재정상황이지만 교육장 공간을 확대·임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후원요청을 확대해 본다. 창고처럼 휑한 공간에 칸을 막아 아늑하고 편안한 교육공간을 만들고 정해진 프로그램이 있든, 없든 언제든 찾아와서 차도 마시고 동료들과 소통도 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더 많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후원이 있었으면 한다.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