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는 활동 자체가 자아 성장
보상을 바라는 심리는 가장 큰 잘못
봉사단체 수장은 섬김의 자세 필요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자원봉사자(Volunteer)는 라틴어로 자유의지를 의미하는 ‘Voluntas’와 사람을 가리키는 ‘eer’가 결합된 단어이다. 즉,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을 자원봉사자로 부르는 것이다.

현재 우리 울산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행복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는 위대한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의 잘못된 행동들이 자원봉사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자원봉사자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올랐을 때 처음 자원봉사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잃어버린 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위를 저버리고 힘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어떤 보수나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자원봉사는 자발적인 행동에 의해 봉사 활동 자체에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원봉사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이웃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소외계층,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자원봉사자이다.

이들을 이끌며 자원봉사를 실천해야 하는 자원봉사단체의 리더는 지시하고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게끔 그들을 섬기는 자리다. 봉사자 위에 군림하려 들거나, 자신의 성향과 이익에 따라 단체를 좌지우지하려는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노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자원봉사자의 가장 큰 잘못은 ‘보상심리’에 있다. 자원봉사는 활동 자체가 자아성장을 이룸과 동시에 지역민과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봉사의 대가로 권력을 추구하고 특정 집단이나 단체의 이익을 취하려 드는 것은 명백히 자원봉사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잘못된 리더가 등장하는 이유는 애초에 자원봉사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가 구체적인 봉사의식과 책임감이 없는 상태에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자원봉사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이나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지 못한 자원봉사도 활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상자의 불만족을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원봉사의 목적은 봉사자 본인의 만족에 있는 것이 아니다. 피봉사자에게 만족감을 주면서 동시에 사회적 성장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것에 그쳐서는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자원봉사자는 권력 또는 이익을 좇는 대신 평등한 관계에서 타인을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한다. 때문에 봉사자 상호간이나 봉사자와 대상자의 관계는 상하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등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인식을 가질 때 비로소 자원봉사의 목적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봉사자들이 올바른 책임감과 봉사의식을 배양하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솔선수범하는 것이 단체의 수장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자원봉사자를 수족처럼 부리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은 자원봉사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그 존엄한 권위마저 저버리는 일임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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