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과 3시간 만났지만 말 아껴…靑관계자 “완충시간 필요한 것 같다”
전원일치 결정에 사실관계 문의도…친박 조원진, 면담요청 불발

▲ 헌재가 탄핵 심판 선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9일 춘추관에서 열린 대국민담화를 마치고 장막 뒤로 퇴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가 ‘8대 0’ 전원 일치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자 충격을 받고 깊은 침묵에 빠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헌재 선고 직후 청와대 관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 등 일부 참모들을 만났으나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이 회의는 삼성동 사저 복귀 방안과 대국민 입장 발표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말을 안 하면서 활발하게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 간 회의 후인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은 오늘 관저에 있게 된다”면서 “오늘 입장이나 메시지도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통령이 충격 속에서 말을 잃으면서 11일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주말에도 비상근무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일정이 잡힌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이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탄핵 결과가 예상과 크게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TV로 헌재 판결을 지켜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전원일치 탄핵인용 언급에 일부 참모에게 전화해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재에 제출한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지금껏 제가 해온 수많은 일들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며 “제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고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는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면서 억울한 심정을 내비치면서 눈물을 보인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측 법률 대리인단도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탄핵 절차가 부당하고 탄핵 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도 헌재 결정에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완충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가 끝난 후 현재는 혼자 관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오늘은 조용히 계시고 싶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헌재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뒤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여권에 따르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조 의원은 청와대 정무라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