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도원선사는 ‘적은 물에 사는 물고기의 마음’이라고 했다. 물고기를 사람에 빗댄 표현으로, 시간의 소중함을 통하여 죽음에 대한 역설을 삶에 연결시키고 있다. 도원선사는 수많은 물질 가운데 왜 물을 통해 삶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을까. 그것은 바로 물이 모든 생명의 근원인 동시에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원천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근원인 물과 관련 있는 대표적인 옹기로 황토 물을 정화시키는데 사용했던 ‘물고기문 지장수 옹기’(사진)를 들 수 있다. 이 ‘물고기문 지장수 옹기’는 구연이 넓고 어깨와 배가 팽만한 형태로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이다. 견부(어깨 부분)과 하부(아랫쪽 부분)에는 주구(그릇에 따로 내민 부리)가 달려 있다. 견부의 주구는 하부의 주구에 비해 큰 편으로 방향은 위로 향해 있으며 구연은 밖으로 벌어져 있다. 바깥면에는 옹기를 성형하는 도구인 근개로 띠문양(근개띠문)과 톱니 문양을 나란히 넣고 그 위와 사이에 두줄로 산모양의 문양을 표현했다. 다시 그 아래에는 물고기 문양을 그려 넣었다.

▲ 물고기문지장수옹기
 

지장수(地漿水)는 깊은 산 속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서 60cm 정도의 구덩이를 판 후 그 속에 흐르는 물을 부어 흐리게 될 때까지 휘저어서 침전시킨 물이다. 무근수(無根水)라고도 불린다. 이 물은 성질(性質)이 움직이지 아니하고 흙 기운이 남아 있어 비위를 조절하고 입맛을 돋구어 준다. 특히, 여름에 더위를 먹고 정신을 잃었을 때나 해독작용이 필요할 때 효능이 탁월하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풍수균(楓樹菌)을 먹을 경우 웃다가 죽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데, 지장수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이라 했다.

삶의 공간에서 주변 자연과 소통해 몸의 균형을 잡고, 그 기운을 통해 새로운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선인들의 발자취가 새삼 소중히 여겨진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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