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恨)을 잡아맵니다.
사랑도 이만하면 짝사랑에 가깝다. 님 보낸 뒤 실버들 천만사(千萬絲)는 그 님을 향한 천만사(千萬思)가 되었으니. 옛 연인들은 버들가지를 꺾어 사랑의 증표로 사용하였다 한다.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해서다. 실버들처럼 허리 가는 그네님은 곁을 차지하고픈 마음을 알지 못하고 버들가지를 꺾어 말 엉덩이를 재촉하는 채찍용으로 사용하고 말았으니, 신분적 고정관념에 그 님의 사랑은 짝사랑이었을 공산이 크다. 나룻배와 행인, 알 수 없어요, 나의 꿈, 복종, 해당화 등의 시를 읊을 때면 왜 자꾸만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한 흔적이 보이는지. ‘꽃다운 님 얼굴에 눈멀’지 않고서는 그토록 구구절절한 시구를 얻을 수는 없으니…. 이 별에서 못 다한 사랑. 저 별에서 이루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