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恨)을 잡아맵니다.

▲ 엄계옥 시인

사랑도 이만하면 짝사랑에 가깝다. 님 보낸 뒤 실버들 천만사(千萬絲)는 그 님을 향한 천만사(千萬思)가 되었으니. 옛 연인들은 버들가지를 꺾어 사랑의 증표로 사용하였다 한다.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해서다. 실버들처럼 허리 가는 그네님은 곁을 차지하고픈 마음을 알지 못하고 버들가지를 꺾어 말 엉덩이를 재촉하는 채찍용으로 사용하고 말았으니, 신분적 고정관념에 그 님의 사랑은 짝사랑이었을 공산이 크다. 나룻배와 행인, 알 수 없어요, 나의 꿈, 복종, 해당화 등의 시를 읊을 때면 왜 자꾸만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한 흔적이 보이는지. ‘꽃다운 님 얼굴에 눈멀’지 않고서는 그토록 구구절절한 시구를 얻을 수는 없으니…. 이 별에서 못 다한 사랑. 저 별에서 이루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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