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급급 미래 챙길 여유없는 中企
4차 산업혁명 체감인식도 떨어져
ICT전문가 협의체 꾸려 맞춤전략 짜야

▲ 장광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스타트업인 A기업은 지난해 창업해 울산벤처빌딩에 입주해 있다. IoT(사물인터넷)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시스템과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지금까지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고 스타트업으로서 풀기 어려운 난제도 많았다. 투자금 유치를 위해 여기저기 데모 행사에 참여했고, 기업을 알리고 제품판매를 위해 쉴 새 없이 발품을 팔았다. 이 기업 대표는 “지금까지 일당백의 심정으로 힘들게 이끌어 왔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기업 지원사업은 많은데 ‘창업­기술개발­사업화·성장­글로벌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맞춤형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기업의 목표는 AR/VR분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AR/VR분야에서 후지쓰 사내 벤처로 시작해 반세기 동안 산업용 로봇으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인 화낙(FANUC)처럼 가능할까?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은 정부의 지원과 정보기술 발전에 힘입어서 1세대, 1.5세대를 거치며 인증기업수 3만개를 넘어섰고 1000억원 매출을 넘긴 기업도 500개 정도에 육박하는 등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파급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창업·혁신 생태계가 아직 자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확대 재생산은 더욱 더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고위험·고수익을 전제로 한 벤처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특히 울산의 벤처기업은 전국의 1.4%(2016년말 전국 약 3만3000, 울산 약 470)로 그 숫자가 적고 규모나 기술수준이 더욱 열악하다.

울산의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클라우스 슈밥의 말처럼 기존 성장의 틀을 깨뜨리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서울이나 판교에 비해 창업생태계가 턱없이 부족한 울산에서는 혁신주체(산학연관)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직 계열화된 제조업 중심에서 기술선도형 혁신 생태계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신산업의 주역이 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혁신역량을 키우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연결’과 ‘융합’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언제나 빨리 다가올 뿐만 아니라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속도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며 파급력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광범위하다. 다행히 울산은 세계최고의 통신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우리나라와 울산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란 구호가 매일 오르내리지만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52.5%가 4차 산업혁명을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모두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여 미래를 챙길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이제 우리 울산도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ICT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울산의 실정에 맞는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제조업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혁신적인 협업을 통해 제조기반 서비스업과 ICT융합 S/W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제조기반 서비스업에서 나오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활용하는 Data산업과 디지털콘텐츠산업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육성을 위한 혁신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강점인 글로벌 인재, 다양한 문화와 투자시스템, 그리고 판교테크노밸리의 강점인 인프라와 창업지원제도가 융합되어야 할 것이다. 벤처촉진지구와 테크노산단을 중심으로 울산의 옷에 맞는 ‘기업 생애 전 주기 혁신지원체계’를 완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이나바 세이우에몬을 능가하는 인재가 울산에서 양성돼, 울산의 제조기업이 재도약하고, 자동차·조선·화학클러스터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ICT융합 벤처클러스터를 기대해 본다.

장광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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