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제철 가자미 요리

 

쫄깃한 살코기엔 비타민B1과 B2 풍부
시력보호 도움되는 비타민A 알과 간에
가자미식해로 만들면 식이섬유도 섭취

매년 봄기운이 완연해 지면 가자미식해를 담는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온 실향민들에 의해 알려진 함경도지방의 전통음식이다. 가자미를 식해로 발효해 먹으면 베타카로틴과 채소나 곡물을 통해 식이섬유를 섭취 할 수 있다.

음식선호 성향에 따라 호불호는 있지만 별미로 식욕을 돕는데 가자미식해를 권해본다. 가자미식해를 담기위해 싱싱한 가자미가 필요한데 이른 새벽 조업에 나선 어선이 오후 서너시쯤 들어와 풍어에 인심 나 갓 잡은 싱싱한 가자미를 싸게 파는 정자항에서 구입 할 수 있다.

횟감을 사고 팔기위해 주변 상인들과 어부들이 흥정하는 입담이 넘쳐나는 부둣가 풍경은 덤으로 얻어오는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정자항은 강동사랑길 첫 번째 구간에 위치해 있어 이왕 나선 걸음에 둘레길 탐방까지 하면 가족들과 주말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 여행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지난번 강동 사랑길 탐방으로 느꼈던 여러 감동들이 되살아나 길을 재촉한다. 정자파출소 근처에 주차하고 국도를 따라 걷다보면 유포석보 유적지표지판이 나온다.

유포석보는 소규모 성이다. 바닷가 최전방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유사시 방어전투와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던 시설이다.

문종1년(1455년) 목책으로 지었던 방어진지를 세조5년(1459년) 둘레 750m로 추정되는 석성으로 지었다.

유포석보 바로 옆에 커다란 돌 비석이 서있다. 신라충신 박제상 출발지라고 적혀있다.

삼국유사에 신라시대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남편을 그리워하며 세 딸을 데리고 치술령 고개에 올라가 왜국 쪽을 바라보고 통곡하다가 죽어 치술신모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민간에서는 망부석이 되었다는 설화도 있다.

둘레길을 돌아 몽돌해변을 끼고 걷다보면 고래모양의 등대가 방파제 끝에 서있는 아름다운 항구가 눈에 들어온다.

주말 점심을 먹기 위해 가족으로 보이는 무리들 속에 아이들이 천방지축 뛰어놀고, 어른들의 넉넉한 웃음소리와 지역특산물인 정자대게를 파는 호객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번잡함이 볼거리다. 활어직판장의 살아있는 여러 물고기 구경과 직접 뜯어 팔러 나온 봄나물을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사이 꽤 큰 어선이 잔잔한 항구의 물살을 가르며 가자미어선이 부두에 닿는다.

가자미는 살코기가 쫄깃하고 단단해 씹는 감촉이 좋다. 비타민 B1, B2가 풍부한데 비타민 B1은 뇌와 신경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용을 한다. 셀레늄은 면역력을 높여 세포를 건강하게 만든다.

지느러미와 껍질에는 콜라겐이 많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부재생에 도움을 준다. 동맥경화와 혈전을 예방하는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알과 간에 함유된 비타민 A는 시력보호에 도움이 된다. 생선에 소금만 넣어 젓갈을 담는 삭히는 것과는 달리 가자미식해에는 곡물과 마늘, 파, 고춧가루, 무 등 여러 가지 식자재가 들어간다.

곡물 속 전분이 분해되면서 유기산이 생기고 그로인해 산도가 낮아져 생선의 부패를 막아준다. 조밥의 풍부한 칼륨과 식이섬유가 나트륨을 줄이고, 무의 비타민C는 소화효소가 들어있어 발효과정을 촉진시켜 쫄깃하고 단단한 가자미 식감이 살아있게 한다.

올해도 어부의 넉넉한 인심으로 싱싱한 가자미를 양껏 샀다. 이제 주부의 손맛을 더하는 과정만 남았다. 제일 큰 것은 구이와 조림용으로 손질하여 꾸들하게 반건조시키고, 오늘 저녁은 좌판에서 산 쑥을 넣고 쑥가자미국에 끓여봐야겠다. 서너 마리 손질해 식해를 담그면 1주일쯤 기다림이 끝나야 맛볼 수 있다. 쑥가자미국 생각에 입안에 군침이 돈다.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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