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범경기 등판서 1이닝 3피안타 1실점

▲ 롯데 송승준(왼쪽)./롯데 자이언츠 제공

‘어제…’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자 송승준(37·롯데 자이언츠)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

“어제 안 좋았습니다. 모든 게 엉망이었습니다.”

송승준은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시범경기에 4회초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1실점 했다.

직구는 최고 142㎞밖에 나오지 않았고, 3안타 중 2개가 장타라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하루 뒤에 만난 송승준은 “어제 마운드에서 던지는데 팬들이 욕하는 소리가 다 들리더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이렇게 만들어놨구나, 팬들의 마음을 되돌려야겠다는 생각을 마운드 위에서 하면서 공을 던졌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송승준은 4년 총액 40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첫해였던 지난해 고작 10경기에 등판해 41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등판 성적은 1승 2패 평균자책점 8.71였다.

2007년 해외특별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뒤 최악의 성적이었다.

악몽과 같은 시즌을 보낸 그는 정규리그가 끝난 뒤인 지난해 10월 말 우측 팔꿈치 뼛조각 제거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예상보다 일찍 재활을 마친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최고 144㎞의 강속구를 뿌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듯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송승준은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너무 실망스럽지만 지금 실망스러운 게 좋을 거로 생각한다”면서 “잘 준비해왔기 때문에 다시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고 힘을 냈다.

올해 롯데는 국가대표 4번 타자 이대호의 가세로 공격력에는 걱정이 없다.

문제는 선발진이다.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 등이 성장하고 있고, 김원중이 가능성을 엿보였지만 아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은 투수들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송승준이 선발진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송승준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려서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송승준은 지난 시즌 부진이 노쇠화의 기미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에는 수긍하지 않았다.

그는 “구위가 떨어지고 노쇠화가 되면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티가 나야 하는데, 나는 20대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다만 가진 힘을 100% 사용 못 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내가 마운드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내 말이 틀린 것”이라며 “결국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송승준은 “팬들이 정말로 열심히 준비했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남은 등판에서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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