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상면 울산 온산소방서장

기나긴 겨울의 끝자락인 3월도 벌써 중반에 들어섰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듯 움트기 시작하면서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봄철은 따스하고 새 생명이 일어나는 봄날의 이미지와는 달리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기후적인 요인과 신학기, 봄철 여행주간 등 시민들의 야외활동 증가로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또한 봄철에는 쓰레기 소각과 논·밭두렁 태우기 등으로 산불이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전국에서 발생한 봄철 화재는 전체 화재의 29.6%로 겨울철 화재 28%를 제치고 사계절 중 첫 번째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발생 원인은 부주의로 인한 화재 점유율이 57.5%로 가장 높고, 전기적 요인, 기계적 요인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다른 계절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으로 담배꽁초(40.5%)와 쓰레기 소각(20%), 논·밭두렁 태우기(8.7%)가 주요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 8일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 반계마을에서 발생한 산불도 쓰레기소각 중 바람에 불티가 옮겨붙어 임야로 번진 화재로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시작한 쓰레기 소각이었지만 이 화재로 인해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됐고 부상자도 1명 발생했다. 또 9일 오전 10시30분께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의 한 야산 정상 인근에서 시작된 불은 산림 75만㎡ 이상 소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렇듯 봄철사고는 대부분 부주의, 무관심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 하나쯤이야’ ‘그것 쫌 태운다고 별일 있겠어’ 이런 사소한 의식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 하나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거나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아야 한다. 바람에 의해 불티가 몇백미터나 날아가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농사용 부산물이나 논두렁 소각도 금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산에 갈 때 들고 가는 생수병을 아무데나 버리는 것이다. 생수병이 산불의 원인이 되는 것은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그 열로 불을 붙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물이 남아있는 페트병이 볼록렌즈 역할을 해 햇볕을 한곳으로 모아 불을 일으키게 된다. 산에 가져간 생수병은 버리지 말고 꼭 가져오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봄철에는 가뭄으로 건조하고 바람이 불고 있는 계절이기 때문에 조그마한 불씨라도 있으면 삽시간에 퍼져 화재로 발전한다. 무심코 아파트에서 베란다 창밖으로 버린 담배꽁초나 보행 시 버린 담배꽁초는 쉽게 낙엽이나 잔디 등에 옮겨붙어 큰 불로 확대되므로 담배꽁초 뒤처리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안전한 상태란 위험 원인이 없는 상태 또는 위험 원인이 있더라도 인간이 위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대책이 세워져 있고, 그런 사실이 확인된 상태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을 안전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방서를 비롯한 유관기관, 언론, 사회, 개인 등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안전관리의 주체가 돼야한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제 역할과 책임을 다 할 때 비로소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손상면 울산 온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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