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맞닿은 ‘피고인’ 해피엔딩에도 씁쓸

▲ 지난 2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17회에서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해외로 도피하려고 했던 차민호(엄기준)가 박정우(지성)에게 체포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연합뉴스

지성 ‘명품연기’로 극 이끌어
최종회 시청률 28.3% 로 최고
권력 믿고 악행 저지른 스토리
현 시국에 빗대 시청자들 공분

“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으로 할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요. 좀 가르쳐 주세요.”

재벌회장 차민호는 끝까지 검사를 이렇게 조롱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에 이어 판사까지 매수했으니 자신만만할 수밖에.

물론, 드라마는 결국 차민호를 사형수로 만들어 감옥 독방에 가뒀다.

그러려고 18부를 달려왔고, 시청자도 그걸 보려고 지금껏 기다려왔으니 당연하고 예정된 일이었다. 하지만 뒷맛이 아쉬웠다. 돈과 권력 위에서 활개 치던 싸이코패스 차민호를 ‘그럼에도 살아있는’ 법과 정의만으로는 무너뜨리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SBS TV 월화극 ‘피고인’이 지난 21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전국 28.3%(이하 닐슨코리아), 수도권 29.7%, 서울 32.3%다.

열혈 검사가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런 그가 누명을 벗고 진범을 잡으려고 탈옥해 증거를 찾아 나서며 스스로 구명 운동을 했다.

마침내 누명도 벗고 진범도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법과 정의는 어디에 가 있었을까.

‘피고인’은 재미있게 보자고 만든 드라마지만, 누군가에게는 드라마에만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언제든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 있다는 점, 돈과 권력이 법과 정의 위에 있는 현실은 드라마적인 과장 기법을 걷어내어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이 대한민국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지난 수개월간 하나둘씩 알게되면서 공분했던 시청자에게 ‘피고인’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개연성을 띠었다. 법망을 피해 다니는 ‘미꾸라지’들의 향연이 뉴스를 가득 채운 현실에서 ‘피고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시청률도 날아올랐다. 서울 지역에서는 30%가 넘었다.

드라마는 9개월 만에 악마를 잡고 모든 진실을 밝혀내는 것분로 마무리했다. 과연 현실에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까. 더러 말도 안 되는 험난하고 험악한 이야기임에도 ‘피고인’이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은 주인공 지성의 눈부신 열연 덕분이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성의 ‘피고름 짜내는’ 활약에 기댔다. 지성은 감정의 끝을 보여주는 연기를 통해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강하게 이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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