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탄핵정국
갈등과 반목 하루 빨리 봉합해
화합과 통합의 시대 열어야

▲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우리 사회가 분노사회로 치닫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친족 살해, 영아 살해, 묻지마 살인 등 강력범죄가 신문·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 사회문제도 너무 많다. 여혐, 남혐 등 성별과 계층, 세대를 가리지 않고 서로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는 신조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탄핵정국을 사이에 두고 초래된 촛불과 태극기의 갈등과 반목, 이것 역시 세상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자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듯 그들의 분노는 더욱 활활 타고 있다.

푸른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봄이 왔건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 같다. 자신과 다르면 응징과 단죄가 출렁이는 ‘집단 포비아(현상에 대한 공포)’에 빠진 한국 사회, 누가 당신의 분노를 어루만져 줄까? 팍팍한 자신의 삶이 모두 사회 탓이고 정부 탓이고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의 잘못이다.

혼돈이다. 대선정국을 향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혼돈 속에서도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즉 잘 짜여진 준비 상태에서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몰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갖고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집단의 갈등과 협력에 관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사퍼 셰리프라는 미국 심리학자의 일명 ‘로버스케이브 주립공원 실험’. 1954년 6월19일, 11명의 소년들을 태우고 오클라호마 시내에서 출발해 로버스케이브 보이스카우트 야영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졌으며 가장 가까운 마을과도 무려 60㎞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어른 캠핑감독관이 있지만 캠프 진행에 관한 모든 결정은 아이들에게 맡겼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면서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잠자리를 정했으며 저녁을 먹고 모닥불 주변에 모여 앞으로 3주 동안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계획을 짰다. 수영을 잘 못하거나 다이빙을 못하는 친구를 위해 도와주고 협력했다.

아이들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도착한 다음 날, 그들과 똑같은 또래 아이들 한 무리가 맞은 편 야영지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두 그룹은 이름을 짓고 깃발을 만들었다. 두 팀은 줄다리기, 야구, 텐트치기, 장기자랑 같은 게임을 시작했고 승리한 팀에게는 선물이 주어졌다.

두 그룹 아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결론은 짐작할 수 있다. 이미 두 그룹은 너무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다. 실험자들은 인위적으로 두 그룹 사이에 갈등을 조장할 계획이었으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싸우기 시작했다.

어른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종족에 대한 충성이 얼마나 쉽게 솟아나는지 보면 놀랍다. 두 팀 사이의 전쟁을 촉발하는 일은 너무 쉬웠지만 이들 사이에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셰리프는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았다. 야영지의 수도공급 시설을 고장 내 물 공급이 힘들다고 알려주었다. 야영지의 물이 마르면서 점차 아이들의 목도 말라갔다. 아이들은 물탱크로 모여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후에도 실험자들은 두 팀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계속 만들어냈다. 이 실험이 주는 메시지는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눈앞에 놓였을 때 사람들은 서로간의 차이점을 쉽게 무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어른들도 청소년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강력한 무기와 다양한 공격도구를 갖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들이 차이를 무시하고 차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갈등과 반목을 봉합하고 화합과 단결로 나아갈 수 있는 시대정신을 하루빨리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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