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세종대 연구팀, 탄소나노튜브 이용해 신경세포 모방소자 개발

▲ (왼쪽부터) 최성진·김성호 교수
▲ 탄소나노튜브 기반 신경세포 모방소자 모식도.

1000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진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인공두뇌 시스템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최성진 교수(국민대)·김성호 교수(세종대) 공동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처럼 작동하는 ‘신경세포 모방소자’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 모양의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는 강도가 철의 100배에 이르고 전기 전도도와 열전도율은 각각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구리, 다이아몬드와 비슷해 차세대 첨단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경세포 모방소자는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특성을 모사해 사람의 뇌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의 두 가지 값으로만 정보를 표현하기 때문에 정확도는 높지만, 정보 처리에 많은 연산이 필요하고 에너지 소모량도 많다.

아날로그 방식은 연산의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저전력으로도 복잡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

이 신경세포 모방소자를 활용한 인공두뇌(Neuromorphic·뇌신경 모방) 시스템을 이용해 사람의 실제 필기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 6만 차례의 반복 학습을 통해 사람마다 서로 다른 필기체 이미지를 기억하고 구별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식 정확도는 80% 정도 수준으로, 전력 소모량도 기존에 비해 100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 인공두뇌 시스템이 기억하는 필기체 이미지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미지를 구별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인공두뇌 시스템을 이용하면 하드웨어 자체가 이미지를 학습·판단할 수 있다.

기존 신경세포 모방소자는 대면적으로 균일 제작하기 어려웠지만, 연구팀은 안정성이 높은 탄소나노튜브 소자를 이용해 신경세포 모방소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간섭 현상을 없앰으로써 대면적에 고집적 회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인간의 시각 이미지 처리 과정을 모사한 학습 알고리즘을 고안해 전자회로에 적용했다.

인간의 두뇌처럼 적은 전력으로도 고속 연산이 가능하고, 정형화하지 않은 정보 처리도 할 수 있어 트랜지스터의 저전력·고집적화가 필수적인 모바일·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호 교수는 “알파고처럼 기존 컴퓨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자체가 인간의 뇌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기술”이라며 “스마트 로봇, 무인자동차 등 지능형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ERC),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지난달 21일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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