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호 극작가

단군왕검이 신시에 고조선을 조국(肇國:최초로 나라를 세움)한 이래 78소국으로 이루어진 삼한은 부족장의 시절. 고대 왕들의 역사는 박혁거세가 신라를 세운 뒤로 시작됐지. 그중 고구려, 신라, 가야는 알에서 깨어난 왕들이 세운 나라야. 그로부터 733년 뒤에 신라가 사국을 아울러 통일국가를 세웠어. 고려는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아 완전한 통일국가를 세웠고. 그 뒤로 조선에서 대한제국까지 누려온 통일 시대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이 되자마자 뜻하지 않게 나라가 나뉘었지. 그리고 6·25전쟁의 상처로 생긴 분단시절이 벌써 70년.

왕들의 시대였지만 나라의 주인이 백성이라는 명분은 오래도록 이어져 왔지. 고대 사국은 왕이 중심이요, 고려는 귀족들의 시대였어. 조선은 신하들의 나라를 세운다는 이념으로 사대부들이 국운을 좌우했고. 대통령제를 하는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대로 국민주권 시대를 열었지. 단군에서 시작된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이 4350년이 지난 다음에야 다시 국민이 주인공인 시대가 된 게야.

삼국유사는 고대 왕들의 연표를 맨 앞에 싣고 있어. 왕건과 겨룬 후고구려의 궁예와 후백제의 견훤을 포함해서 128왕이 나오지. 삼국유사에 기록되지 않은 발해의 14왕―고왕(대조영)은 발해와 말갈 편에 나옴―을 합하면 고대국가는 142왕이 오갔단다. 삼국유사는 가야와 발해왕들의 자취가 제한적이라서 무척 아쉽기도 해. 하지만 왕들의 역사도 백성들의 삶처럼 기록되어 있고 백성이 주인공이기도 한 이야기라는 데서 남다른 역사문화사. 해를 숭상하여 빛을 상징하는 흰옷을 즐겨 입은 한민족. 늘 그랬듯이 우리 앞에 놓일 새로운 과제들을 풀어갈 시간이야. 통일신라와 고려에 이은 세 번째 통일국가를 만들려면 어려운 때일수록 슬기를 모아야겠지.

장창호 극작가

‘장창호의 이야기 삼국유사’를 오늘로 그치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 웅숭깊은 물줄기에 손이나 씻고 있는 서생에게 3년간 지면을 내주신 경상일보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바쁜 가운데도 매주 월요일 한 번이라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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