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임연수어

 

인 함량 높아 뼈째 튀겨 조리해서 먹으면
시력보호·면역력 향상에 뛰어난 효과 발휘
비타민 B1 함유 높아 성장 촉진에도 도움

‘싫어요! 안 먹을 거예요!’ 생선은 초등학생들이 강력하게 자기의사를 밝히는 음식 중 하나다. 생선 가시의 위력은 공포의 대상이다.

‘선생님, 음식 삼키니까 목이 이상해요…’라며 어눌한 발음으로 저학년 아이가 말을 건네 왔다. 얼른 알아 차렸다. 식단에 ‘임연수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을 뒤로 젖히니 작은 가시 하나가 보였다. ‘생선가시’라는 말에 그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뼈가 연하고 포를 뜬 것이었으나 저학년이라 살 가운데의 뼈 제거는 쉽지가 않다. 그 아이는 이후 생선가시에 대한 ‘트라우마’(외상 또는 정신적 충격)로 인하여 학년이 올라가고 나의 특별한 애정공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생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전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주 1회 수산물 급식을 ‘잔반 없는 날’과 연계해 고집하고 있다.

고단백, 양질의 지방, 장수식품 생선을 식단에서 배제 할 수 없다. 특히 뼈와 살이 연하고, 비린내가 덜나며, 맛이 고소한 임연수어는 자주 등장하는 생선이다.

1820년경 서유구(徐有)가 저술한 <난호어목지>의 어류학(魚類學)에서는 함북지방에 살던 ‘임연수’라는 어부가 이 물고기를 너무나도 잘 잡아서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임연수어’라고 하였단다. 또는 강원도의 부호가 이 물고기의 껍질 맛에 반하여, 쌈으로 즐겨 먹다가 전 재산을 탕진한 사람의 이름이 ‘임연수’라는 재미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쥐노래미과 국내산 임연수어는 물이 찬 동해에서 1~4월에 어획량이 많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유통되고 규격이 일정하지 않아 학교급식에는 적합하지 않아 안타깝다. 그래서 시중 임연수어의 98%가 연중 유통되고 있는 러시아 베링해, 캄차카 반도, 알레스카에서 서식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산지 시장과 학교급식 시장을 연계하여 국내산 수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부분이다.

영양성분은 단백질(100g/19.6g)과 지방(7.1g)이 높아 입맛 회복에 좋으며, 비타민A,E가 풍부하여 시력보호와 면역력 향상, 항산화작용으로 노화를 방지 하고, 비타민B1이 높아 에너지대사에 관여 하여 성장을 촉진 시키며, 생선기름의 오메가-3, DHA, EPA가 풍부하여 두뇌발달에 탁월하며, 혈관을 깨끗하게 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칼슘(13㎎)에 비하여 인(231㎎)의 함량이 높아 바삭 구워서 뼈째 먹는 것이 영양균형상 유리하다.

▲ 정은숙 남목초등학교 영양교사

조리방법은 튀김이나 조림요리로 가능하나 구이가 가장 적합하다. 배를 갈라 밑간을 하고 뜨겁게 달군 팬에 껍질부분을 밑으로 하여 굽는다. 바삭한 맛을 원하면 찹쌀가루, 전분을 뿌리고 취향에 따라 커리가루, 고춧가루를 묻혀서 굽는다.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면 맛간장, 매실액, 생강즙, 소량의 청양초에 버무려 오븐에 구워내면 개운하고 감칠맛이 풍부하다.

식단에 생선이 있는 날이면 주의 깊게 돌아본다. 고사리 손으로 구렁이알을 꺼내 듯 조심스럽게 속뼈를 하나씩 빼내는 아이들을 보면 엄지 척에 미소를 날린다.

세계적인 장수마을의 밥상을 보면 혈관 건강을 지켜주는 불포화지방산(생선기름)이 빠지지 않는다. 미래는 장수 보다 건강이 관건이다. 바다를 지켜야 건강이 보인다.

수산물은 가정, 학교에서 선호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각 계에서 여러 가지 활성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임연수는 죽어서도 고기를 낚아 입맛 없는 사람들 식탁에 올리는데…’라며 시를 읊었던, 천재문인 남우(南雨) 임찬일(1955~2001)의 말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마땅한 일을 마땅하게 해내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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