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독재의 잔재가 적폐 근원
진정한 개혁 위해 용기내야 할때

▲ 안승찬 울산 북구의회 의원

헌정 사상 유일무이한 대통령 파면이라는 혼란 속에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적폐청산’이다. 촛불집회에서 시작된 이 말은 정치권 및 사회 곳곳에 급속히 퍼져나갔는데 너도 나도 외치는 적폐청산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사전을 펼쳐보니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뜻한다. 폐단(弊端)은 ‘어떤 일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을 의미한다고 돼 있다. 결국 적폐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해로운 관행이라는 소리인데 필자는 그 중에서도 깊숙이 뿌리박힌 친일과 독재의 잔재가 적폐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아픔과 치욕의 역사인 35년간의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이후 우리는 자주적인 독립 국가를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1948년 9월22일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공포되었고, 10월23일 반민특위가 구성됐지만 친일파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강제 해산되면서 친일잔재 청산은 사실상 실패하게 됐다.

이승만 정권 하에 이뤄진 친일 청산의 실패는 이후 친일파에 의해 나라가 운영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돼 오늘에 이르렀다.

학창시절 표어나 포스터에 숱하게 등장했던 ‘꺼진 불도 다시보자’처럼 꺼지지 않은 그 작은 불씨 하나는 다시 큰 불이 돼 이제 ‘적폐청산’이라는 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친일역사 국정교과서, 독도 문제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는 주권국가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또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국민안전도 보장하지 못하고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나라를 보면서 주권국가의 국민으로 다시 살고자 하는 염원이 표현된 말이 바로 적폐청산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은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라는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을 우롱한 것으로 두 번 다시는 없어야 할 사건이다. 단순히 박근혜 정권 4년의 청산만이 아니라 국정농단이 일어날 수 있었던 모든 사회적, 제도적 씨앗들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사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에 쌓여있는 관행과 부패, 비리 등과 관련한 현실의 모순과 적폐를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에서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 그 적폐를 인정하고, 개선하고, 청산해 나가자. 세월호 사건, 친일역사 국정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비정규직, 청년실업과 저출산 등 우리 사회가 신음하고 있는 문제의 이면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고 개선해 부패한 것이 있다면 반드시 도려내자.

자조 섞인 목소리로 이 시대의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7포 사회(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꿈·희망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시대)를 만든 모든 적폐,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사드배치 문제, 재벌과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만든 검찰 등 공권력에 대한 개혁 등 국민들로부터 제기되는 이 모든 문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청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적폐청산을 적기에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70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 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정부패, 정경유착, 편법 등 정상화해야 할 적폐들이 산적한 지금이야말로 한때 국정 아젠다로 외치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본연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지금 진정한 개혁을 이루어 나가는 용기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안승찬 울산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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