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른쪽이라 했을 때 꽃은 더 쪽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위쪽을 가리키자 잎사귀는 가만가만 덜 쪽을 응시하고 있다

귀를 감은 왼쪽이 천천히 찻잔에서 흘러내리고

내가 고여 있는 아래쪽은 뿌리가 있는 늘 쪽이다

줄기가 휘어지는 빨리 쪽은 내가 바라보는 앞쪽이다

내가 뒤쪽으로 돌아설 때 비는 가끔 쪽으로 내리고

내가 염려하는 안쪽은 붉은 열매의 너무 쪽이다

▲ 엄계옥 시인

부사를 가지고 진중하게 마치 체스를 두듯 행간마다 쪽이라는 눈물점(punctum)을 배치하고 있다. 이 경지는 엄청난 독서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꽃나무와 나 사이에는 수많은 쪽들이 있다. 꽃나무와 나는 동일 선상에 있으면서도 서로 바라보는 사이다. 쪽은 가끔 소통의 부재로 감은 귀에서 말이 흘러내리게도 한다. ‘내가 고여 있는 아래쪽은 뿌리가 있는 늘 쪽이’어서 앞을 바라기 하지만 빨리 휘어지기도 한다.

가끔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는 것은 진실한 등이다. 돌아서서 비가 되어 흘러내리는 것, 붉어지는 눈시울이다.

더와 덜과 빨리와 가끔이 염려하는 것, 붉은 열매의 안 쪽이니. ‘매우 쪽으로 선 나무’ 쪽에서 바라본 독자입장에선 아주 느리게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어지는 너무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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