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탕코코 자연보호구에서 촬영된 검정짧은꼬리원숭이의 모습.

영국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빼앗아 멋대로 찍은 셀카로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검정짧은꼬리원숭이(학명 마카카 니그라).

이 원숭이의 ‘살인미소’가 담긴 사진의 저작권을 두고 미국에선 소송까지 벌어졌지만, 정작 검정짧은꼬리원숭이들은 고향인 인도네시아에서 원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한끼 식사거리가 되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유인원 보호재단 ‘슬라맛칸 야키’ 소속 활동가 유니타 시위는 “다른 지역의 검정짧은꼬리원숭이는 서식지 감소로 멸종 위기에 놓였다면, 여기에선 사람들이 원숭이를 먹는 것이 또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정글에 서식하는 검정짧은꼬리원숭이들은 약 5000마리로 추산된다.

이 중 2000마리는 2011년 영국 출신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의 카메라를 낚아채 수백장의 셀카를 찍은 암컷 검정짧은꼬리원숭이 ‘나루토’가 사는 탕코코 자연보호구에서 보호 받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3000여마리는 밀렵과 서식지 파괴 등 위협에 여과없이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시위는 지적했다.

▲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미나하사 반도 북부 관광지인 토모혼 식육시장의 한 매장에서 구운 박쥐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술라웨시 섬의 원주민인 미나하산 족은 전통적으로 검정짧은꼬리원숭이를 사냥해 요릿감으로 써 왔다.

미나하산족 여성 니타(32)는 이에 대해 “나는 맵고 풍미가 강해서 좋아하는 맛이다. 멧돼지나 개와 맛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당국과 활동가들은 원주민들에게 식량 조달 목적의 보호동물 사냥을 중단할 것을 당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야생동물을 가공해 파는 것으로 유명한 미나하사 반도 북부 관광지인 토모혼 식육시장에서는 불에 그슬린 검정짧은꼬리원숭이의 사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 1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미나하사 반도 북부 관광지인 토모혼 식육시장에서 한 상인이 불에 그슬린 마카쿠 원숭이의 사체를 매대 밑으로 숨기고 있다.

검정짧은꼬리원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다. 

토모혼 식육시장에서는 검정짧은꼬리원숭이 외에도 ’취약종‘(Vulnerable)인 사슴멧돼지(바비루사) 등 다양한 보호종이 거래되지만, 원주민과 상인의 반발이 거세 단속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이색 관광지라며 토모혼 식육식당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원주민들은 희귀동물 사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라고 현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술라웨시 섬의 검정짧은꼬리원숭이 개체수는 1980년대에 비해 8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술라웨시 타시코키 야생구조센터의 시몬 퍼서는 ”고기를 목적으로 이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개체수 감소에 시달리는 이 종의 관에 마지막 못질을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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