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꽃이 흐드러졌다. 봄을 좇아 나서는 발길은 으레 고즈넉한 고찰에 가닿기 일쑤다. 소리 내어 봄을 외치듯 색색이 핀 꽃들과 우리의 기와는 유난히 조화롭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지 1600년이 넘었다. 우리 문화재를 불교유적과 별개로 치기란 어려운 일이다. 가사자락에 존귀함을 담은 불상, 이끼 입은 석탑, 고색창연한 건물. 화려하고도 멋진 풍광과 문화재들이 참 많다.

그 중 목조기와 건물 추녀 밑에 오롯이 숨은 듯 자리를 잡은, 가끔은 천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무엇인가 싶기도 한 풍탁에 요즘은 눈이 간다. 흔히 풍경이라고 부르는 풍탁(風鐸)은 사찰 건물의 추녀 밑이나 옥개석(屋蓋石)이라고 하는 석탑의 지붕돌 아래에 매달아서 장식을 했던 장엄구(莊嚴具)다.

풍탁 모양은 종과 비슷하다. 몸체와 고리, 연결구, 소리를 내는 풍탁판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20㎝ 전후로 크지 않다. 제작방법은 몸체를 주조한 후에 미리 마련해둔 구멍에 고리를 통과시켜 고정한다. 풍탁 내부에 매달은 풍탁판 모양은 연꽃잎, 보주형, 물고기 모양 등 다양하다.

▲ 금동풍탁, 통일신라시대, 창녕 말흘리 출토(23.4㎝)

얇은 풍탁판이 바람에 흔들려서 소리를 내면 중생을 깨우치는 진리의 소리인양 경내가 맑고 엄숙해지는 느낌이다. 지금은 풍탁을 주로 건물의 처마에만 매달지만 과거에는 법당 내부를 장식하는 장엄구로도 활용한 것 같다. 경주 감은사지동삼층석탑 사리장엄구(보물 제1359호) 일괄유물이 1996년 탑 해체 복원 중 발견됐다. 바깥을 감싸고 있는 외함과 안쪽의 사리기, 그리고 사리병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불과 20㎝ 정도의 작은 사리기 내함에 풍탁이 장식으로 달려 있었다.

사리기 내함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성스러운 자리로서 그 당시 부처님을 모시는 불단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통일신라시대의 화려하고 엄중했던 법당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유물이기도 하다. 꽃을 좇아 들른 고찰의 경내에서 무심코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린 풍탁소리의 잔잔한 파장. 봄소식과 함께 찾아온 위로의 노래마냥 청아하기만 하다.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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