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주력산업중 하나인 현대車
노사 한뜻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
가보지 않은 미래 힘차게 나아가길

▲ 신형욱 사회부장

지난 주말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큰 두가지 뉴스가 들렸다. 하나는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심층 연구로 국내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진단한 <가보지 않은 길>의 저자 송호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현대차 울산공장 관리직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다. 송 교수는 특강에서 “조선업계 세계 1위를 달리던 현대중공업이 최근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호황기에 제대로 대응체제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같은 진단 뒤에 “현대차도 위기의 그림자가 이미 침투한 상황인데도 생산현장에서는 위기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더 큰 위기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기에 대한 인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될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향후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또 “상식선을 넘어서 임금과 복지에만 매몰되고 정치화 성향이 뚜렷해진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우려와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노동운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보지 않은 길>에서도 “사회로부터 고립돼 내부 문제에만 몰두하는 노조는 제조업 전반에 위기를 몰고 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컨베이어 속도를 마음대로 당겨서 빨리 해치우고 조기 퇴근을 하지만 비정규직은 예외”라며 정규직 노조의 ‘야리끼리’(‘끝까지 해치운다’란 뜻의 은어) 문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처한 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5년째 쪼그라들었고, 국내 자동차생산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른 한가지 뉴스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자동차 노조 등이 함께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 산업’에 관한 연구용역이다. 용역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컨베이어시스템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배경에서 시작됐다.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직은 2만5000명 가량이며, 사내·외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6만명을 넘는다. 노조가 자동차 산업 종사자의 지위와 노동자 보호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단순히 일자리 유지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자의 권리 보호 방법부터 ‘미래 자동차’ 발전에 따른 고용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에 밀려나지 않고 노동자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용역의 배경에는 미래 첨단화된 자동차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로봇이 자동차 부품 조립을 알아서 한다면, 근로자들의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결국 근로자들이 줄면서 노조원이 감소하면 노동조합의 힘도 약화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노동운동에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두 사례가 의도하는 출발점과 종착점은 분명히 다르겠지만 자동차 산업 그리고 일자리의 위기라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궁극적 해법 찾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현대차와 그 구성원들이 앞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할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노와 사 모두 유례없는 급성장을 이룩하며 신화를 써왔던 그동안의 영광을 기억 속에서 잠시 지워두고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아니 만들고자 하는 결의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차가 지역에서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조선업 침체로 충분히 아픔을 겪었던 울산이기에 간절함은 더하다. 송 교수가 강연 말미에 “현대차는 전혀 알지 못했던 지나온 과거를 성공적으로 걸어왔다”며 “앞으로도 노사가 힘을 합쳐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힘차게 행진할 것”을 주문한 것은 울산시민들의 바람이자 당부이기도 하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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