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내를 거닐다 보면 아파트 벽면이나 공공시설물, 육교, 건축물 벽면, 시내버스, 강벽, 도로의 돌출물에 이르기까지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그림이나 색채를 적용한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은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 색깔 있는 도시 울산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여겨진다. 이와 같이 특성 있는 도시로 가꾸기 위한 정책은 도시의 환경을 밝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 모두가 아름다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는 시행과정에서 사전에 올바른 심의과정을 거쳤는지, 또한 그러한 심의과정을 거쳤다면기구의 전문성은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 갈 만큼 수준 낮은 그래픽 요소들도 눈에 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혹은 화랑에 전시된 소장품이나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기호에 따라 선별하여 관람할 수 있지만 도시 미관은 그러한 선택권이 없다. 한번 적용한 도시의 환경그래픽은 보기 싫든 좋든 관계없이 보행자나 운전자의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된다.  그만큼 도심 속의 환경그래픽은 시민들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관람을 강요하는 측면도 있다. 도시의 환경을 고려한 그래픽은 그 도시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제공하는한편, 그렇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시민들에게 시각공해를 가져다 준다. 그렇지 않아도 울산시는 옥외광고와 거리간판들이 현란하고 무질서해 안내의 기능보다, 오히려 도시의 시야를 좁혀주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도시의 환경그래픽은 그 자체의 조형성만으로 평가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주위의 경관과 얼마만큼 어울리는가 하는 환경적인 측면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한다. 또한 적용된 그래픽요소의 오리지널리티와 신빙성에 대해서도 검토되어야한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실제의 비례와 맞지 않는 기형적인 그래픽요소를 보고 실제크기 마냥 믿어버릴 위험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고가도로나 육교에도 그래픽적인 요소를 적용하여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안정감을 주거나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상건물의 성격이나 주위의 배경색을 고려하지 않은 난잡하고 무의미한 그래픽은 경우에 따라 시각혼란으로 인지장애나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또한 도로의 돌출물도 그저 칠하고 그려놓았다 해서 그것이 도시미를 살렸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도로의 돌출물은 조형성이전에 안전성을 고려한 차분한 색채를 선택하여 도로와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이와 같이 도시의 환경그래픽은 탁상에서 결정된 시안이 바로 현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행정에는 부정적인 결과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항상 주어진 시안과 주위환경과 조화를 고려한 다양한 시뮤레이션 과정을 거처 선택된 최고의 안이 그 도시를 아름답게 한다.  또한 도시의 환경그래픽이 어떠한 심의과정이나 규제도 없이 방치된다면 그것은 첨단산업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문화정책에 역행하는 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지역적, 기후적,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도시의 환경그래픽은 시민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적 풍물로써 기억되어야한다.  먼저 지금 시내곳곳에 무질서하게 적용된 다양한 환경그래픽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한 심의 기구를 강화하여 심도 있고 수준 높은 계획된 문화정책으로 유도되어야한다.  주위의 환경과 문화를 고려한 울산의 환경그래픽, 시각공해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로 자리잡아야한다. 또한 그것은 시민들에게 문화적 생활의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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