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카불 가면 이틀도 못살 것”…당국 “추방 임무 수행할뿐”

▲ 망명이 거부된 아프간인 송환에 항의하는 유럽 인권단체들.

덴마크 당국이 망명신청을 했다가 거부된 70세 치매 환자를 아프가니스탄으로 강제 추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덴마크 신문 폴리티켄에 따르면 올해 70세로 치매를 앓고 있는 자르메나 와지리(여)는 딸이 거주하고 있는 덴마크에 망명신청을 했다가 거부됐다.

와지리의 망명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덴마크 당국은 그녀를 다른 많은 망명신청 거부자들과 함께 아프간으로 강제추방하기 위해 샌드홀름망명센터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또 그녀가 자진해서 망명센터에 나오지 않을 경우 강제로 체포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덴마크에서 25년째 사는 와지리의 딸 마르지아는 자신의 어머니가 노인성 치매가 심해졌고,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하며 고혈압을 앓고 있는 데다가 아프간에는 돌봐줄 가족도 없어 카불로 돌아갈 경우 단 이틀도 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제추방을 철회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동안 덴마크에서는 딸인 마르지아가 어머니 병간호를 해왔다.

마르지아는 폴리티켄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카불로 돌아갔을 경우 벌어질 일은 생각도 하기 싫다”고 말했다.

덴마크난민상담소 관계자는 작년에 와지리를 대신해 덴마크 정부에 인도적인 거주허가를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불법체류자의 강제추방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들은 “우리는 강제추방 임무 자체만 수행할 뿐이며 강제추방 대상자들에 대한 고려는 우리의 권한 밖이고, 그런 고려가 어디서 언제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 망명 거부된 아프간인을 송환하기 위해 대기중인 전세기.

시민단체인 ‘월컴 투 덴마크’ 관계자는 망명신청이 거부된 아프간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강제추방이 가까운 장래에 이뤄질 것이라는 정보를 받았다면서 “아프간 추방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 망명 거부자에 대한 강제추방은 지난 2004년 덴마크와 아프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R)간 3자합의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덴마크에서 망명이 거부돼 강제추방을 기다리고 있는 아프간인은 10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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