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어떤 것이 예술이며, 어디까지가 예술인가 하는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이다. 각각의 예술은 스스로 예술의 정의를 내리면서 탄생하기도 하고, 감상적 수용 역시 ‘창작활동’이라는 마르셀 뒤샹의 주장처럼 다양한 해석들이 존중된다. 권순관의 예술사진은 항상 확고한 주제의식과 이중적 표현방식에서 기존에 흔히 보던 사진과 다른 차원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미완성의 변증법적 극장 Uncompleted dialectical theater> 시리즈는 지배적 시각문화의 코드를 해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진이 객관적 사실의 기록이라는 외연적 의미가 강조되어 표면적인 실재만이 드러날 때 마음에 크게 와 닿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사실적 기록의 이면에 역사 또는 문화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의 기존적 방식에서 벗어나 단단해 보이는 현실이 근저로부터 무너지는 순간을 표현해 낸다.

▲ 어둠의 계곡(THE VALLEY OF DARKNESS), Digital C-print, 225×180cm, 2013년

<어둠의 계곡>(2013)은 어떤 포인트도 발견할 수 없는 평범한 야산으로 보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 어두운 녹색의 평면이 사진인지 회화인지, 숲인지 추상화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이 크고 어두운 숲에서 관객은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사실적 풍경을 통해 보이지 않는 사건을 전개한다.

사실 이 어둠의 계곡은 6.25 전쟁당시 피난하던 양민 200여명이 미군에 의해 학살되어 암매장되었다고 추정되는 그 역사적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 감추어진 부분들을 직시하여 해석해 나가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며, 감상자와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작가의 작업방식이다. 권순관의 예술사진은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아트프로젝트2017’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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