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왕 반천초등학교 교사

지금의 학생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를 접하게 된 세대로,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린다. 이른 시기부터 많은 종류의 디지털 기기 사용 방법을 알고 있으며,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뛰어나 조금만 익히면 다양한 영역에 곧장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날로그 세대에서 태어나 디지털 세대로 넘어온 지금의 성인들과는 달리 디지털화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많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할 때에도 온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손쉽게 해결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상의 모습이 되었다.

이러한 매체의 변화와 함께 소통의 방식도 달라졌는데, 스마트폰으로 일상생활의 모습과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특정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함께 하면서 관계를 구축하는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소통 방식의 변화로 인해 언어 사용 양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경향을 볼 수 있다. ‘ㅇ’와 같은 자음자 하나로 ‘알았어’ ‘좋아’ ‘확인’ 등의 다양한 의미를 표현하기도 하고, ‘프사(프로필 사진)’ ‘잼(재미)’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등과 같은 줄임말로 그들만의 언어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 언어도 변하게 되고, 소통하는 내용과 방법에 대한 인식도 변하게 된다. 또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언어의 경제성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로 소통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줄임말의 사용이 상대를 낮추거나 속되게 이르는 말로 이어져 부정적인 표현에 익숙하게 된다면 어느새 사람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 능력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어 여러 대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눈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줄고 음성이나 문자로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보다는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전과는 달리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의 눈을 보고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인간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마음 상한 일이 있어도 그 사람과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조금씩 좋지 않은 감정이 줄어들게 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게 된다. 하루에 10분, 일주일에 1시간씩이라도 서로의 눈을 보고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눈이라는 마음의 창을 통하면 진심이 보이게 마련이다. 당장 가족들에게 그 시간을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승왕 반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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