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공동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귀중한 고대 문화유산을 한 광신집단이 종교적 편협성, 배타성 때문에 무지막지하게 파괴하는 일이 21세기 백주에 진행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회교근본주의 집권자들은 그들 땅에 있는 거대 불상 등 불교 문화유산을 탱크포와 로켓을 동원해 파괴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문화적 대재앙으로 규정하면서 아프간 집권자들에게 이 미친 파괴행위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가치에 급수를 매길 수는 없으나 아프가니스탄의 불교 문화재는 그 문화사적 중요성 때문에 각별한 대우를 받아왔다. 아프간의 불상 등 불교문화재는 세계 미술사에서 특이하고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는 간다라 미술의 걸작들이기 때문이다. 간다라 미술이란 동양의 종교인 불교 신앙이 알렉산더 대왕의 아시아 정복과 함께 전해진 그리스 미술양식을 통해 예술적으로 형상화된 것들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회교원리주의 집권자들이 이 불상들을 파괴하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즉 불상들은 회교 교리에서 금지하는 우상이기 때문에 모두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위를 이해하려고 하는 쪽에서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아프가니스탄 집권자들이 국제사회에 보내는 절망적 항의의 표시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절망적인 투쟁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테러행위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이번 탈레반 정권의 문화파괴 행위 역시 소기의 정치적 이익을 얻는데 성공하기는 커녕, 반인류적인 범죄로 국제적인 규탄만을 받게될 것이다.  기독교, 불교, 회교도,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전세계 국가들이 일제히 탈레반을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유네스코는 이들을 전범으로 기소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니크시를 파괴한 세르비아 군인들이 전범으로 기소된 선례가 있는 만큼 탈레반이 유네스코의 위협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도 편협한 광신자들의 타종교 공격행위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을 다시 고조시킨다. 조선시대 조직적인 훼불 행위는 옛날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 시대에도 극소수 광신자들이 상대방 종교의 숭배물이나 건물들을 방화하고 훼손하는 일들이 발생하고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사태는 동시에 문화재 보호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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