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선관위-경상일보 공동기획 ‘선거와 희망’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선거는 정책대결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국정치에서 그 어떤 선거를 막론하고 정책이 승부를 가른 예가 거의 없었다. 권력의 오만이나 체제적 모순 때문에 정권이 바뀌고 원내 다수당이 교체되었지, 정책과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에 의하여 정권이 바뀌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물론 그 동안에도 정책과 공약을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하기 위한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2005년 경부터 정책을 중심으로 선거를 하기 위한 노력이 매니페스토 운동으로 구체화되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10대공약을 제출토록 하여 이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선거에서 정책과 공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 실질이다.

정책은 정당과 후보자의 공공선을 지향하는 철학과 가치, 그리고 대안이 녹아 있는 것이라야 한다. 후보자가 내용도 잘 모르면서 남발하는 ‘어쩌다’ 공약, 남들이 하기 때문에 나도 하는 미투(me too) 공약이나 또는 표가 될 것 같아서 하는 세일즈 공약은, 그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빌 공(空)자 공약이 될 것이 뻔하다. 더욱이 대통령과 같이 권력이 막강한 존재가 빌 공자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며, 그 화는 후대에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그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었던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선거를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하여 첫째, 시대정신을 집약한 실질적 공약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적폐청산, 소통과 통합, 경제발전, 국가안보, 공정사회, 격차해소 등등 현재 제시되고 있는 구호들 중 어느 것이 가장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그 다음으로 그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등 분야에서의 정책들을 비교, 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정책 아이템은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자원과 매뉴얼이 없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모든 정책에는 공짜가 없고, 국민들의 혈세가 들어간다. 따라서 셋째는, 그 비용의 규모는 얼마나 될지, 그리고 그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계층이 누구이며 또한 비용을 부담하는 계층이 누가되는지, 또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지속되는 정책일지, 그리고 정부 주도인지 민간 주도인지 등등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일반국민들이 이러한 작업들 개개인별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생업에 바쁘기도 하거니와 따져야 할 내용이 극히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후보들끼리의 토론에서 시원한 해답이 나올 리도 만무하다. 최근 스탠딩토론을 지켜본 결과 현재 유력한 후보들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답을 줄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학계, 언론계의 중립적 전문가들이 후보들의 견해에 대하여 심층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고 다시 질문하는 방식으로 후보들을 철저히 검증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폴리페서다 언론장학생이다 해서 학계와 언론계를 다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방안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유력한 후보자들의 공약 이행에는 매년 적게는 25조원, 많게는 63조원이 더 들어간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어떻게 쓸 것인지를 모르고 아무나 뽑을 일이 아니다. 정책선거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유권자인 국민들 개개인이 자신의 입장과 이익,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방향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 투표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뽑힌 대통령이 사명감을 가지고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선거 다음날부터 국민들은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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