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에서 탄생, 구체제 청산의 새 바탕 이념으로

▲ 프랑스 대선 에마뉘엘 마크롱 - 마린 르펜 결선 진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이라는 아웃사이더들이 1, 2위로 결선에 진출하면서 전통적 좌우 주류 진영이 탈락한 데 대해 영국의 일간 더타임스는 24일 ‘프랑스 엘리트층의 굴욕’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아울러 구체제나 인물의 청산을 뜻하는 뜻하는 ‘데가지즘(Degagisme)’이 프랑스정치 지형의 새로운 사조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공산주의와 실존주의, 이상주의에 이은 프랑스의 새로운 지배적 정치철학 조류라는 것이다.

정치 신조어인 데가지즘은 지난 2011년 튀니지에서 비롯된 ‘아랍의 봄’ 시위 당시 시위대가 독재자 벤 알리의 축출(degager)을 요구하며 외쳤던 구호로 이후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구호로도 동원됐다.

이러한 데가지즘이 마침내 프랑스의 기존 정치 지형을 뒤바꾸는 데 이념적 바탕이 됐다는 지적이다.

데가지즘은 아랍의 봄 이후 벨기에 좌파들에 의해 의미가 다듬어졌으며 벨기에 좌파들은 ‘데가지즘 선언’(Manifeste du Degagisme)을 통해 ‘대체 체제를 예단하지 않고 정치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이론적, 실제적, 그리고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우선 구체제를 제거한 후 새로운 체제는 차후에 모색한다는 것’으로 프랑스 유권자들은 아랍 시위대들 처럼 급진적이지는 않으나 정치 토론과정에서 데가지즘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특히 선거 막바지 선풍을 일으킨 극좌파 장 뤼크 멜랑숑 후보는 프랑스가 구체제 청산 필요성의 고통에 처해있다면서 이 용어를 동원했다.

올해 프랑스 대선은 1년 전만 해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등 전·현직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와 알랭 쥐페 전 총리 등이 경합하는 지난 2012년 선거의 재판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30여 년 간 지속한 고실업과 저성장, 그리고 프랑스의 대외 영향력 약화 속에 데가지즘 선풍이 몰아치면서 구정치인들이 모두 탈락하고 아웃사이더들이 등장했다는 평가이다.

극좌와 극우를 대표하는 멜랑숑과 르펜 후보는 자신들을 체제에 대한 항거의 투사로 내세웠다.

마크롱 후보는 대통령 보좌관과 경제장관을 지냈으나 기성 체제와의 차별화를 위해 ‘앙 마르슈’라는 자신의 새로운 정당을 창설했다.

더타임스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프랑스의 데가지즘 선풍이 오는 6월 자국의 조기총선에 도달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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