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시장 판매가 급감한 현대차가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현대차는 26일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영업이익은 1조2508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05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20.5% 줄어들었다. 1분기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5.4%를 기록했다.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이후 역대 1분기를 통틀어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최저치다.

당기순이익은 2010년 1분기(1조2천813억원) 이후 최저, 당기순이익률(6.0%)은 역대 최저에 그쳤다.

현대차는 1분기에 그랜저, 쏘나타 뉴 라이즈 등 신차 효과로 내수 시장에서는 비교적 선전했으나, 중국, 미국 등 G2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실적이 부진했다.

특히 사드 보복으로 인해 3월을 기점으로 중국 판매가 ‘반토막’나다시피 한 게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7만203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52.2% 감소했다. 현대차는 5만6026대를 팔아 전년 동월 대비 44.3% 줄었다. 중국에서 한국차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그야말로 중국발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베이징자동차와 50대 50의 합작 회사인 베이징현대를 운영 중이어서 중국 시장의 차량 판매와 수익 급감은 영업 외 이익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중국 실적 부진은 영업이익에는 반영되지 않고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에만 반영됐고 그 결과 당기순이익이 무려 20.5% 급감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이달 초 세타2 엔진의 대규모 리콜을 한 것도 충당금에 반영되면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7일 세타2 엔진을 장착한 147만여대를 글로벌 시장에서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는 이날 세타2 엔진 리콜 결정으로 2천억원의 비용을 1분기 실적에 반영했으며, 이로 인해 1분기 영업이익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시장 여건도 좋지 않았다.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52.6원으로 작년 말보다 54.4원이나 떨어졌다.

현대차는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 약세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문제는 현대차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인 중국 ‘사드 보복’이 통제 불가능한 변수인 데다,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까지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4월 중국 판매량은 아직 공식 수치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3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2분기(4~6월) 중국 판매 실적이 1분기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인의 반한 감정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뚜렷한 해법을 찾기 힘든 처지에 놓여 있으나, 일단 현지 맞춤형 신차를 조기에 출시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외 주요 시장에서 다양한 신차를 선보일 계획으로 성공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 모멘텀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SUV 차급에 대한 공급 확대로 판매 증대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6월 이 회사 최초의 글로벌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할 계획이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인 G70 출시도 앞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 맞춤형으로 개발한 전략 모델을 선보였으며, 올해 안에 소형 승용, 준중형 SUV인 ‘신형 ix35’, 위에동 전기차 등 중국 시장 전용 신차들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24일 중국으로 출국해 현대차 중국법인과 생산시설, 상하이모터쇼 등을 둘러보고 사드 보복 대책 마련과 판매 목표·전략 재점검에 나선 상황이어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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