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금싸라기 땅인 울산 남구 옥동 울주군청사 처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올해 12월 울주군이 청량면 율리 신청사로 이전하게 되면 현재 사용 중인 옥동청사는 비게 된다. 이 건물의 처리를 놓고 건물 주인인 울주군과 관할 지자체인 남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청사가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두 지자체 모두 빈 청사를 공공용도로 활용하자는 데는 동의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커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울주군은 지난 2007년 신청사 건립을 결정하고 2010년 청량면 율리를 신청사 부지로 확정했다. 이에 남구청은 2015년 11월 울주군에 공문을 보내 옥동청사 매입 의향을 한 차례 전달했다. 이후 신청사 건립이 본격화되면서 옥동청사 처리 문제의 시급성을 확인한 울주군은 남구에 공문을 보내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은 지난 20일 “공공용도로 사용했으면 좋겠지만 부지대금을 일시불로 부담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옥동청사의 부지 면적은 1만1000㎡, 가격은 올해 기준 450억원에 달한다. 가용예산이 100억원 이내인 남구로서는 일시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울주군은 포커스가 일시납에만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유재산 매각시 일시납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분납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남구청이 명확한 매입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먼저 분납 카드를 꺼낼 수는 없다는 게 울주군의 생각이다.

물론 남구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특별한 언질 없이 갑자기 매각을 제시한 울주군의 행정처리에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구가 매입 의사를 보인다면 의외로 수월하게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중구는 신청사 이전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기금을 조성, 5년 만에 650억원에 달하는 건립기금을 모았다. 중구보다 재정이 다소 넉넉한 남구도 기금 조성을 논의하고 울주군과 협상에 나선다면 분납도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남구와의 협상에 전념하고 있는 울주군은 협상통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남구에 제한된 채널을 울산시나 시교육청 등 공공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기관으로 넓혀야 한다. 오랜 기간 남구에 신세를 진 만큼 남구 주민들에게 청사를 돌려준다는 원칙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나 시교육청이 활용한다고 해서 남구 주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울주군과 남구는 청사 매각 지연에 따른 후폭풍을 감안해야 한다. 울주군으로서는 매각 지연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 등 재정적 손실을 고려해야 한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청사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청사 관리에 따른 비용 발생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남구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매각이 지연되면 당장 불편을 겪는 것은 남구 주민들이다. 울주군은 평일 오후 6시 이후, 주말은 하루 종일 청사 주차장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후에도 현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매일 150대 이상의 차량이 인근 주택가 좁은 골목으로 쏟아져 나올 것은 불 보듯 하다.

군청사 이전까지 이제 8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울주군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그리고 남구는 보다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 울주군은 협상이 결렬되면 민간 매각을 검토한다는 계획이지만, 공공을 위한 용도로 사용돼야 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옥동 청사가 빈 채로 방치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두 기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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